BLOG ARTICLE 여우의 전화박스 | 2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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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 이사

그때그때 2009. 9. 28. 14:08
윤상 노래 같은 쓸쓸함은 전혀 없고, 엄마를 필두로 시작된 이삿짐 날라주시는 분들에 대한 불만이 온 가족에게 퍼져가는 가운데 이사가 끝났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 이사가야 할 가능성이 높으니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은 피하고 가진 것도 많이 버린 가운데, 남아 있는 덩어리들(장식장, 가구)을 활용해서 집안을 심플하게 가져가자는 내 제안이 엄마에게 받아들여져서 기분이 좋다. 5층 짜리 빌란데, 다른 층에는 두 집씩 있지만 5층에는 우리집 밖에 없고 옥상도 거의 우리집의 전유물이어서 그것도 기분이 좋다.

인터넷이랑 케이블티비 이전료 내라고 해서 해지 위약금 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업체를 사무실에 와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몇 푼이라도 남기면 담배값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마 내가 지금 기분이 괜찮은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리뉴얼한 가게의 장사가 순풍에 돛단 듯 진행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은 엄마에게 언제라도 돈 많이 준다는 사람 있으면 팔고 그만두라고 얘기했는데, 흔쾌히 동의해 준 것 때문인 것 같다.

월급 받자마자 주문한 '여우의 전화박스'가 오늘 도착했길래 금방 읽었다.
슬펐다. 많이.

여우가 요술을 부릴 수 없다고 했던 엄마 여우가 마지막에 요술을 부리지만 수화기 너머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사를 했으니 화이팅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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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형이 요양원을 개업했다. 개입식에서 선배, 동기, 후배들을 만났고 사람들의 소식을 들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남현이 생일에는 술 먹다가 기절해서 친구들이 여관에서 재워줬다. 주사를 안 부려서 다행이지만 각별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상민씨랑 술을 마셨고 고구미 생일도 있었고 강릉에 갔다가 밤바다를 잠깐 봤고, 고무신을 신고 감자를 캤으나 그 다음날 바로 서울에 올라와서 그 다음다음날부터 출근했다.

지후가 엑스자로 가는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가슴이 쿵닥쿵닥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아닌 것 같은 신뢰, 서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후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7월말에 신문에서 '여우의 전화박스'라는 책 소개를 읽었다.

줄거리 - 아빠 여우가 병으로 죽고 엄마 여우가 살아갈 유일한 힘이던 아기 여우가 엄마 여우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게 되자 엄마 여우는 길가의 전화박스에서 먼 곳에 사는 엄마와 통화하는 사람 아이의 통화를 엿들으며 아기 여우를 잃은 슬픔을 달래게 되고 사람 아이도 사람 엄마에게 떠나고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전화박스에 들어간 엄마 여우는 아기여우에게 엄마는 혼자서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단지 책 소개를 읽었을 뿐인데, 지하철에서 줄줄 눈물을 흘렸다.

아기들이 엄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는 그 아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성장한 아이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엄마를 사랑하는 것 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엄마들은........

나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기 여우이고 지후는 엄마 곁을 떠난 아기 여우인데, 우리 엄마는 보통의 행복을 이야기 하고 내 취직에 무척이나 행복해하고 항상 나를 걱정하고, 나는 엄마의 행복 얘기에 답을 하지 않고 취직을 통해서 약간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동준이 아들내미 돌잔치에서 본 5개월된 건영이 딸내미는 완전 예쁘고, 너네 아이 정말 예쁘다는 내 얘기에 건영이는 너도 얼른 결혼해서 아기 낳아! 얼마나 행복한데. 라고 답했다. 이러고 있는데 집은 갑자기 이사를 가야하고 엄마는 한숨만 푹푹쉬고 지후는 엑스자로 나가고 있다고 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지만 엄마를 떠날 수 없는 아기 여우는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대학로를 산책하다가 15까치 넘게 들은 담배를 두 갑 주웠다.

다 잘 될거라고 나한테 힘을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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