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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0 20090110 - 에쿠스 긁히다.

사장님께서 책을 조금 옮기는 심부름을 시켰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어서 트렁크 두 개를 가지고 그냥 갈까 싶었는데, 책이 엄청나게 많으니 본인차로 가라고 했다. 작년 설에 고속도로에서 잠깐 운전하고 정말 오랜만에 운전이잖아. 더구나 내가 운전할 차는 처음 몰아보는 대형차 에쿠스다. 이렇게 쓰면 긴장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별로 긴장 안하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 머릿속으로는 오오, 차가 넓긴 넓구나 운전 오래 안해서 이렇게 좁은 통로 코너 감이 별론데, 라고 생각한 찰나에 드르륵 소리가 났다. 본능적으로는 차를 멈추고 그대로 후진으로 빠져나와서 얼마나 까졌는지를 봐야하는데, 그 반대쪽의 본능에 맞춰서 그냥 지나가버렸다. 드르륵 소리가 조금 길게 났다. 에효~~ 라는 생각과 함께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책은 안전하게 옮겼고 주차장에 다시 들어올 때는 조심해서 들어왔지만 차는 못볼꼴이 되어 버렸다.

사장님께서 당신 요새 왜 그러나. 라고 해서 일 하기가 싫어서 그렇습니다. 라는 대답이 입술 끝에까지 나왔었는데, 결국 정신 좀 차리게 라는 말을 듣는 것으로 상황을 마쳤다.

진행중인 차가 어딘가에 닿은 것 같으면 무조건 후진 놓고 핸들 그대로 잡은채로 뒤로 빼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냥 그대로 전진해서 사태를 크게 만들었을까?

1. 내 차가 아니고 사장님은 돈이 많다.
2. 차를 긁은 것으로 미운털이 박혀서 빨리 잘릴 수도 있다.
3. 오랜만에 운전인데다 정말 오랜만의 사고라서 많이 당황했다.
4. 걸어 다닐때, 세게 부딪쳐도 가던길을 그냥 가는 평소의 성향이 작용했다.

간단히는 이 네 가지 정도가 함께 작용한 듯하다.

내가 오늘 사고를 얘기해주면 지후는 잘했어. 할 것 같고, 영일군은 인간아. 할 것 같고, 고구미는 내가 그럴수도 있지. 라고 하면, 뭐 그럴수도 있지. 라고 할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한다. 
이건 뭐 약간 막나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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