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엄마 | 3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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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4 - 라면

그때그때 2010. 12. 4. 18:17
어제 저녁에 라면 먹었다.

라면을 끓이시던 작은 어머니가 묻는다.
 "뿔은 거 좋아 하나?"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언젠가 엄마가 말하길 새우탕 큰사발을 퉁퉁 불려서 먹으면 숙취해소에 좋은 것 같아서 종종 먹곤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다음부터 라면을 먹을 때, 퉁퉁 불려서 먹는다.

내 대신 많이 운 면발이 퉁퉁 불었다고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는다.

엄마가 술을 많이 마신 덕분에 나는 설렁설렁한 직장인이 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근면한 시골 사람이 되겠다는 꿈도 키울 수 있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엄마는 영원히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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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랑 북한 중에 어느쪽이 먼저 망할까?
해 처먹는 것도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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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 병원

그때그때 2009. 12. 30. 15:17
엄마가 오늘 오전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덕분에 여러가지 체험을 했다.
하나는 수술 동의서에 싸인 하는거고 또 하나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수술환자 보호자 대기실에 전화벨이 울리고 나를 찾더니 떼어낸 부분을 보여 준다고 잠깐 들어오라고 한다.
부리나케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남북관계로 따지면 비무장지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술실과 보호자 대기실의 중간지점이 있다. 집도의가 금속 접시를 들고 북측에서 유유히 걸어 나온다. 의사는 접시 위에는 놓여 있는 엄마의 일부분이었던 것들을 집게로 집어서 보여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나는 차분하게 그 얘기를 듣는다. 남쪽 교섭단은 힘이 없다.

잠시 후에 엄마가 나오고 병실로 옮겨진다. 간단한 수술이었다고 하지만 무기력하게 수술을 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왈칵 솓는다. 차마 엄마한테 눈물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많이 안 좋은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어제랑 오늘 아침에 엄마랑 여러가지 얘기를 하다가 풍요와 편리를 추구하는 엄마와 지금의 편리와 풍요는 거부하고 싶어하는 나 사이의 격차를 발견했다.
지금이 풍요와 편리의 시대가 아니라면 나도 풍요와 편리를 추구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그 격차는 격차가 아닌 것이다.

p.s 병원은 돈도 많이 벌면서 입원실에 티비랑 휴게실에 있는 컴퓨터 같은 건 왜 돈을 내고 쓰도록 하는 걸까?

p.s 어젯밤 병원에서 보니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모두 곤죽이더라. 취업문제가 심각한데, 의사랑 간호사 숫자를 늘리면 되는거 아니야?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나? -> 해답은 단순한 생각 속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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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부터 시작된 짜증이 계속됐다.
 
 낮에는 대장이랑 그만두네 마네 하는 얘기들을 잠깐 했다.
 동료 하나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하길래. 짜증이 나서 그런다고 했다.

 그러다가 퇴근했다. 퇴근 인파로 가득한 전철이 반가웠다. 까치산에 내려서 집까지 걷다가 영일이네 들렀다.
 영일이 아버지가 귤 먹으라고 해서 귤을 하나 까 먹고 있는데, 영일이 어머니가 직장 다니냐고 물으시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좀 말고 서울에서 잘 다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네 엄마 호강 좀 시켜주라고 덧붙이신다. 나는 밝게 웃으면서 그러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호강'이라는 얘기를 오랜만에 들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낮 시간에 철없었던 내 모습이 엄마에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갑자기 서러워졌다.

 돈이 없어서 '호강'을 못 하는게 아니라 마음이 문제다. 돈이 아예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잠이 잘 오는데, 마음의 불편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온다. 누구네 아들은 장가갔다는데, 우리 아들들은 언제 돈 벌어서 언제 장가가나.라고 엄마가 가끔 말씀하시는데, 그런 거 말고 다른 차원으로 우리 어머니를 다른 어머니들과의 비교 우위에 모실 수 있는 방법을 좀 생각해 봐야겠다.

 유명해져야 할까? ㅡ.ㅡ;

 내가 행복하면 어머니도 행복하고 어머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겠지만 의미없는 닭과 달걀의 순서 다툼에서 나는 어머니 순서가 먼저로 하고 싶다. 행복을 닭과 달걀로 얘기하려는 순간 이미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행복이 순서대로 오는 것이라면 어머니 순서가 먼저였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어머니는 나라는 어둠 속에 빛나는 달이다. 어쩌면 당신도......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무협지 같은데 많이 나오는데, 
 어둠을 밝혀주는 달은 두 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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