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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5 20110605 - 엄마를 기다리다 2



오산에 왔다. 엄마는 여전했다. 일단 내가 장가를 가야 시골에 내려오겠다고 한다. 아마 남들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그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얘기인듯 싶다. 그리고 살아보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어마마마, 네에 알겠습니다. ㅎ

엄마 자전거로 오산천변을 돌았다. 강가를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계획적으로 심어 놓은 꽃밭도 나쁘진 않았다.

저녁으로는 순댓국을 먹었다. 엄마랑 함께 먹는 순댓국은 언제나 특별하다.

열한시 넘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살짝 취한 목소리로 잠깐 가게에 들르라고 했다. 엄마는 이 손님 저 손님에게 우리 큰 아들이라며 나를 소개했다. 오산에서 잘 때마다 있는 일이라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하다. 손님들이랑 같이 마시고 매상 좀 올려줄까.생각했다가 술 안 먹는 주간이라는 결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관뒀다. 잘 한 것 같다.

엄마를 기다리다가 쓰기 시작했는데 방금 엄마가 도착했다. 제법 취했다. 지난 십년동안 오늘보다 많이 취했던 날들도 무수했을 것이다. 이래서야 몸이 성할수가 없다.

엄마가 내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식구들 다 버리고 혼자 살길 찾으라는 내 제안을 고맙게만 생각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 엄마

짤방은 천변에서 찍은 관상용 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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