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6 - 순돌이

사진 2011. 4. 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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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두달만에 나보다 힘이 세졌다. ㅡ.ㅡ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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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 붙인 순달이


 아침 여섯 시 반에 마구간에 올라가서 소들한테 사료를 줬다. 오늘은 젖소들 10마리가 한꺼번에 경기도 가평으로 팔려나가는 날이다. 얼룩이의 움찔거리는 표정과 구유 바깥으로 사료를 다 흘리면서 쩝쩝거리는 먹쇠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엄청 섭섭했다. 그래서 젖소들한테는 평소보다 사료를 많이 줬다. 그네들은 자기들의 운명도 모르고 잘 먹는다.

 아침을 먹고 여덟시에 마구간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었다. 오른쪽 귀에는 번호표를 왼쪽 귀에는 그냥 동그란 플라스틱을 찍는다. 나는 송아지들을 붙잡고 작은 아버지는 번호를 찍는다. 마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새 옷에 가격택을 찍듯이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는다. 순돌이, 순규, 순영이, 순달이, 순식이까지 다섯 마리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는 번호로 불릴 것이다. 순돌이는 귀에 피가 났다. 얼마나 아팠을까? 작은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다.

 젖소들을 차에 실었다. 역시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옷 박스를 화물차에 싣듯이 마구 실었다. 끝까지 타지 않으려고 힘을 썼던 한 마리는 결국 밧줄과 트랙터를 연결해서 압도적인 힘으로 짐칸에 구겨 넣었다. 3.5톤차가 오는 바람에 여덟 마리만 차에 태웠다. 임신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두 마리는 좀 더 키워서 새끼 낳기 서너달 전에 팔기로 했다. 짐짝이 되어 구겨진 소들을 태우고 가평까지 달렸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젖소들의 새 주인이 된 아저씨는 구제역 파동으로 소 198마리를 묻었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겠지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젖소들의 새 집은 우리 외양간 보다는 널찍하고 좋은 환경이었다.

 저녁에 사료를 주러 올라갔더니 소들이 왜 이제 오느냐면서 일제히 울어 제낀다. 사료를 부어주고 짚단을 올려주는데, 짚단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자세히 보니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쥐다. 분홍색이다. 예쁘다. 두 마리다. 대수롭지 않게 소들한테 던져버리고 그 짚을 소들에게 줬다. 

 저녁 먹으면서 작은아버지에게 그런 걸 먹여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다. 

 소들은 나한테 위로를 주는데, 나는 소들한테 먹을 것만 준다. 가끔은 위생적으로 매우 불결한 것도 준다. 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뭔가 뒤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들도 나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소들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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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 35486, 순달이

사진 2011. 3. 16. 17:55

새끼 잘 낳으라고 며칠째 독방을 쓰고 있는 35486 - 뭔가를 먹거나 앉아서 쉬지 않을 때, 소들은 주로 핥으면서 논다.
 
순달이,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됐기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을 뿐이다.

 순달이, 기운차게 움직이질 않는다. 젖도 빠는둥 마는둥 한다. 걱정이다. 내가 관찰하지 않을때만 활발하게 노는지도 모른다.

개나리 꽃망울일까? 엊그제 찍었다. 강릉에는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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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랑대 옆에 오징어는 말라가고 어제랑 오늘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식구는 셋인데, 오징어는 네 마리다. ㅡ.ㅡ;

 살랑살랑 소 아침 여물 주고, 살랑살랑 고추 모종에 물 주고, 살랑살랑 트럭을 몰고 구정면에 가서 등겨 실어오고, 살랑거리면서 소 저녁 여물 줬다.

 지난 한파에 자동수도가 고장나서 말통에 물 받아 나르느라 신체단련이 많이 됐는데, 오늘 드디어 동파된 곳을 찾아내서 수도를 고쳤다. 무척 기쁘다. 소들은 덩치만큼 물도 많이 먹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20마리가 넘는 소한테 물을 날라주는 일은 끝없이 흘러 내리는 모래로 산을 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들었더랬다. 휴우~~ 

 밤에는 모처럼 시내 나들이 갔다. 옥상이 무방비로 뚫려있는 건물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곤 시내 커피숍에 혼자 앉아서 마음에 드는 글을 썼다. -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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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일 째를 맞은 순규, 뒤에 자빠져 있는 건 순돌이

순영이 - 귀빠진 날,
새끼 낳은 날,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순영이 엄마 - 엄마소는 이름 없음

 어제 송아지 한 마리가 또 태어났다. 이번에도 어미가 알아서 잘 낳았다. 어미소 덩치가 크기 때문일까? 막 태어난 새끼가 생후 4일 째였던 순규보다 덩치가 좋았다. 사진에서는 투우소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순영이 애미는 무척 순해서 젖을 쉽게 물렸다. 고맙다. 

 아까 낮에 보니까 송아지 세 마리가 사이좋게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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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 송아지

사진 2011. 2. 17. 18:52

 오늘 찍은 사진이다. 생후 6일 째를 맞은 숫송아지다. 이름은 '순돌이'다. 완전 귀엽다. 흡사 사슴 새끼 같기도 하다. 송아지들도 소들처럼 끊이없이 몸을 움찔거리기 때문에 똑딱이로 찍기는 쉽지 않는데, 몇십 장을 찍은 끝에 한 장 건졌다.

 어제도 송아지 한 마리가 태어났다. 소들 중에 한 마리가 아침 사료를 잘 안 먹길래 작은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새끼 낳으려고 하나보다고 하시면서 격리조치했다. 점심먹고 우사(牛舍)에 갔더니 암송아지가 태어나 있었다. 새끼 몸에 사료를 뿌려서 지 새끼를 외면하고 있는 어미소를 유혹했다. 어미가 핥아줘야 털이 금방 마른다고 한다. 송아지가 스스로 일어설때까지 기다렸다가 젖을 물렸다. 어미소가 젖멍울때문에 아파서 그런지 계속 발길질을 했다. 그래서 작은아버지랑 나는 앞다리랑 뒷다리를 한쪽씩 묶는 극단적이 방법을 선택했다. 어미는 많이 아팠는지 묶인 뒷다리로 연신 발길질을 했다. 

 오늘 오후에 가서 계속 관찰했는데, 젖멍울이 많이 풀렸는지 어미가 어제처럼 새차게 젖을 찾는 새끼를 뿌리치지 않았다. 사료를 먹은 다음에는 새끼를 막 핥아줬다. 감동적이다. 어제 나온 녀석 이름은 '순규'로 정했다. 젖을 실컷 먹은 순규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완전 귀엽다. 올해 나오는 송아지들은 順 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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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 삼십 시간동안 1m 가까운 눈이 내렸다. 어제는 눈사람도 만들고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오늘은 눈 치우느라고 힘들었다. 강릉에 와서 처음으로 허기를 느꼈다. 이번 눈에 비닐을 새로 씌우려고 했던 하우스 두 동 중에 한 동이 무너졌다. 외양간 지붕도 조금 내려 앉았다. 몸도 지치고 눈 피해도 입었지만 눈이 가득 쌓인 동네는 한없이 포근하기만 했다. 어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소똥을 치운일도 즐거웠고, 놀러온 친구와 차가 다니지 못하는 대로를 함께 걸었던 일, 눈을 헤치며 길을 내서 집에 도착한 일도 즐거웠다.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의 생활에는 눈이 온 것에 대한 낭만이 없는데, 내 생활에는 낭만이 있다. 생활에는 낭만이라는 것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번같은 눈이 두 번 정도 더 온다면 내 생활에도 낭만이 없어질 것 같긴 하다.

 오후에 소가 새끼를 낳았다. 송아지가 나오는 장면을 처음 봤다. 작은아버지랑 함께 송아지 다리를 붙잡고 어미소 뱃속에 있는 녀석을 힘껏 잡아당겨 꺼냈다. 소도 송아지도 사람도 힘든 시간이 지나고 송아지가 쑥 하고 빠져나왔다. 작은아버지는 갓 태어난 따끈한 송아지를 울타리에 걸쳐 놓고 깨끗하게 닦아주셨다. 나는 새 생명의 뜨거운 열기를 두 손으로 느끼면서 녀석을 붙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감촉이었다. 작은아버지는 양수 때문에 막혔을지도 모르는 송아지의 콧구멍에 입을 대고 빨아들이고 뱉어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저녁에는 송아지한테 젖을 물리기 위해서 젖병을 빨게 했다. 젖을 빨고 이틀만 지나면 펄쩍펄쩍 뛰어다닌다고 한다.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사진도 찍어주고 친하게 지내야겠다. 

 짤방은 멀리서 송아지를 지켜보고 계시는 작은아버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계셨더라면 이 사진이 올해의 베스트 샷이 될 뻔했는데, 아쉽다. 손에 들고 계신 것은 눈삽인데 눈 치우는 용도 보다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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