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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 치킨

그때그때 2010. 8. 20. 03:55
월요일 아침부터 설사를 했다. 먹기만 하면 계속 쏟아내길래 화요일부터 먹는 것을 멈추고 물만 마셨다. 물만 마셔도 담배만 한 대 피워도 계속 배가 아프고 파래 같은 걸 쏟아냈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니 머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올랐다. 몸이 크게 잘못됐나 싶은 생각에 병원에 갔다. 입원하라는 것을 뿌리치고 처방전만 받았다. 몸을 움직였더니 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 약을 먹었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에 퀭한 상태로 흰죽을 끓여먹었다. 흰죽과 약으로 꼬박 하루를 버티니 속이 편해졌다.

밍숭맹숭한 흰죽을 먹으며 배앓이를 하는 동안 두 가지가 먹고 싶었다. 한 입 베어 물면 단물이 입가로 줄줄 흐르는 커다란 백도 복숭아랑 옛날 치킨이다.

나는 바닷가에 가면 복숭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짐작만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나오면 내 어미가 내 입에 복숭아를 물려주었던 기억이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복숭아의 단내는 사람을 안락함 속에 빠뜨리기도 한다. 무릉도원의 복숭아 나무에는 빨간 천도 복숭아는 달려있지 않았을 것 같다. 서유기의 손오공이 훔쳐 먹었던 하늘나라 복숭아는 천도 복숭아다. 결국 손오공은 파란만장하게 살게 된다.

엄마랑 같이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엄마가 통닭 먹을래 하고 묻는다. 먹겠다고 하면 닭집에 가서 닭 좀 튀겨주세요.한다. 닭집 주인은 얼마짜리로 튀겨 드릴까.한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는 큰게 좋더라.라고 웃으며 내게 말하고는 냉장고 가장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닭집 주인은 냉장고에서 꺼낸 닭을 토막내기 시작한다.

이런식의 통닭은 처가집, 페리카나, 멕시칸 같은 체인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하다가 치킨집의 체인화가 급속화 되는 시점에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기보다 밀가루가 더 두꺼웠고 그 기름도 오랫동안 숙성된 것이었다.(튀김용 기름은 데미그라스 소스가 아니다.) 하지만 생닭의 가격에 따라서 치킨 가격이 달랐다는 것과 밀가루 조금만 묻혀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는 점, 튀긴 닭똥집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은 훈훈하다고 하겠다. 

그리 옛날도 아닌데 정말 오래된 옛일처럼 느껴진다.

나이 드신 분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도 서서히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자연스럽게 변화의 속도에서 떨어져나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춘이 끝나는 걸까? 쓸쓸한 느낌의 질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나는 포미닛 EP 앨범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는 최신 인기 트롯도 귀에 착착 감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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