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벼랑위의 포뇨 | 1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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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5 - 시작

그때그때 2009. 1. 5. 18:11
새출발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뭔가 대책을 가지고 살아왔다기 보다는 암담한 현실과 막연한 기대에 기대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암담한 현실에 기댔다는 점이 막연한 기대에 기댔다는 점 보다 더 사람을 수렁으로 몰고간다.

얼마전에 '벼랑위의 포뇨'를 봤다. 예전에는 '월 이'를 봤다.
'월 이'에서 우주를 떠돌던 지구인들은 냉장고에서 찾아낸 식물을 보고 지구로 돌아가서 다시 땅을 일구자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지구가 여전히 황폐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우주를 유랑해야만 한다. 엄청난 재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포뇨'는 결계가 깨지면서 물벼락을 맞은 지구인들이 다들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데다가 포뇨가 인간이 된 후에도 물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재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약간 설명을 더하면 만화중에 네스호의 아래로 시간 터널이 있어서 잠수함을 타고 중생대로 가서 모험을 하는 만화가 있다. 캠브리아기의 생명 대폭발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 지는 SF 소설이나 코믹스가 종종 있다. 남의 영화를 안 본다는 소문과 달리 임권택 감독은 미조구치 겐지 영화를 쌓아두고 보기도 한다고 한다.)
'미래 소년 코난'에도 지상이 물바다에 휩싸이고 언덕위에 남은 작은 섬 '하이하바'만 사람이 정착할 만한 터전이 된다. '포뇨'와 다른점은 하이하바는 인구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비판은 재앙을 아름다운 것으로 그냥 끝내버리는 영화의 주제 의식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일을 계속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군과는 문자를 주고 받고 윤군과는 통화를 했다. 윤군에게 대책없이 그만 둘 순 없잖아.라고 했는데, '포뇨'와 '월 이'는 대책없이 끝나버린다.

암담한 현실에 기대기 위해서는 당장은 대책이 없더라도 곧 대책이 생기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내 생각에 지금은 막연한 기대감에 기댈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먹고는 살아야지'라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진 않지만 남들이 하는 그 말이 더 이상 변명처럼 쉽게 들리지는 않는다.

포뇨에 나오는 벼랑위의 그 집이 바로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훗날 살고 싶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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