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백야행 | 1 ARTICLE FOUND

  1. 2009.10.03 20091003 - 연휴 첫날 낙산공원 2

 '백야행'의 여자주인공은 매일 술에 취해 있고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을 매춘으로 내모는 엄마를 가스로 살해하면서 이후의 인생에서 어둠속을 걷기 시작한다.

 어제 낙산공원에 갔다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엄마와 아들을 봤다. 
 
 엄마와 아들이 공원 매점 앞에 놓인 파라솔 아래서 컵라면을 먹는다. 아들은 짜장 컵라면을 먹고 엄마는 왕뚜껑을 먹는다. 아들은 라면만 먹는데, 엄마는 김밥 두 줄을 라면 국물에 찍어서 한이라도 삼키듯이 꾸역꾸역 삼킨다. 게다가 엄마는 캔 맥주를 마셔가며 먹는다. 테이블 위에는 캔 맥주가 두 개 놓여있다.
 

 짜파게티 면을 삼키던 아들의 무덤덤한 듯 불안한 표정이, 초등학교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들에게 무어라고 중얼거리면서 김밥을 라면국물에 담그고, 맥주를 홀짝거리던 엄마의 무심한 듯 불안한 표정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보통 명절연휴는 가족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즐거운 시기다. 

 추석 연휴 첫 날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때마침 '백야행'을 드라마로 보고 있기 때문에 어제 봤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겠지.

 어제 본 엄마와 아들의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이라면 좋겠다.

 돌아가신 큰 이모 아들내미(내 사촌 동생)가 술에 취한 채 해가 뜨는 오산천을 바라보다가 울면서 막내이모에게 전화해서는 엄마가 없다는 것이 이런 것인줄 몰랐다면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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