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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5 20100625 - 슬로바키아 vs 이탈리아, 월드컵의 재미

장미와 햇마늘의 시기인 6월이 저물어 간다.
월드컵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들부터 서서히 영글어 가고 있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앙숙 관계에 있는 나라들간의 피말리는 싸움에서 국제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약하고 과거에 상대나라에게 시달렸던 나라가 축구에서는 승리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한일전이고(한일전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축구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마라도나가 86년 월드컵에서 포클랜드 전쟁의 패배에 대한 복수로 '신의 손'과 '수비수 종잇장 만들기 골'로 잉글랜드를 울게 만들었던 경기가 있다.(그러니까 마 선생께서는 한 게임에서 잉글랜드를 두 번 죽였다.) 일반적으로는 2차 대전의 피해국들인 동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이탈리아에게 이기는 경우와 소위 서방이라고 불리는 서남유럽의 나라들이 동유럽 국가들에게 패하는 경우, 북아프리카 팀이 프랑스를 이기는 경우인 것이다.(알제리 출신인 지단은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었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로 보인다. ㅡ.ㅡ;) 쉽게 말하면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한테 축구로 이기는 것이다.

동유럽 나라들은 월드컵과 유로가 2년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서유럽 나라들을 엿 먹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한국 경기만 제대로 보고 다른 경기들은 골 장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왠지 축구가 땡겨서 전반 시작부터 쭉 봤다. 슬로바키아는 네드베드 은퇴 후 힘을 못 쓰고 있는 체코를 대신해서 월드컵에 올라온 느낌이 드는 팀이었는데, 오늘 경기의 전반전은 네드베드가 뛰던 당신의 체코보다 강해 보였다. 하지만 조별 예선에서 떨어질 수 없는 이탈리아도 필사적이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피를로가 들어와서 살살 흔들어 주자 슬로바키아의 수비도 슬슬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슬로바키아의 승리! 그들의 두 번째 골은 골이란 것은 항상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터진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함식은 두 번째 골의 어시스트로 이름값을 했다.  

현실은 동유럽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은 독일에서 많이 뛰고 북아프리카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은 프랑스에서 많이 뛴다.(거리가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휴가때 집에 가기 좋아서) 물론 정말 잘 나가는 선수들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에서 뛴다. 자국리그에서 뛰던 슬로바키아 선수들 중에는 월드컵 후에 서쪽 나라에서 뛰고 싶다는 염원을 갖고 오늘 경기에 임한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은 왕정 때 지은 죄가 많아서 월드컵 우승을 못하는 걸까나? 이런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그만둔다. 하지만 서독은 축구를 잘 했지만 동독은 잘 못했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이탈리아는 패스하자. 정말 밑도끝도없다.

사람들은 이변을 좋아하지만 이변의 팀이 최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강자가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월드컵을 예로 들자면 이변의 희생양은 손을 써서 월드컵에 온 프랑스와 슬로바키아에게 당한 이탈리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결국 16강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브라질이 할 것 같다.

뱀 꼬리, 유고 출신인 쿠스트리차가 마라도나 다큐를 찍은 게 완벽하게 맥락에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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