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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2 20090802 - 여러가지

8월이다. 7월인가 싶었는데, 6월인가 싶었는데, 새해인가 싶었는데.... 8월이다.
쓸쓸하게 지후집을 나서서 터덜터덜 음악을 듣고 있는데, DS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는 물음에 아니 잘 못 지내. 라고 얘기하고 여러가지 위태로움들을 말했더니, 그런게 사람 사는 거지 나 보다 낫네라고 한다. 또 자기는 로봇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는 아시모프의 단편들을 읽었다. 로봇같이 사는것도 "그런게 사람 사는 거지"에 포함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지후가 대중이 형의 요양원 개업 소식을 들으며 내가 제일 나은 것 같다고 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머릿속이 많이 꼬여있다.

계속 거절하던 보험가입을 마지못해 해버렸다. 지후에게 왜 거절하지 못했냐고 하는 얘기를 듣자마자 후회했다. 그러게 나는 줏대도 없이(그것 보다는 대책도 없이) 가입하기 싫은 보험에 가입했다.
요양원 개업식에서 본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은 어떻게든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지후는 차가운 내 모습에 끝내 또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내 삶의 거대한 부분에 그녀가 있다.
엄마 말대로 그녀가 다른 곳을 못 보게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녀에게도 같은 것이다.
다른곳을 못 보게 만들어 놓고 당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내가 원망스럽고 서러울 것이 당연하다.
지난 사년간을 통해 아무말도 못하게 만든 것은 당신일텐데, 대답없는 나 때문에 당신은 울고 있다.

이것은 달아날까?의 문제가 아니다.
달아날까.는 장난같은 상황에 써야하는 말이다.

현경 누나는 믿을 사람이 있는가에 대해서 묻고 나서 내가 남의 말들을 전한 것에 대해서 말한다.
나는 그것이 내 악마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내가 가진 폭로의 문제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상민이는 부쩍 나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내가 지후에게서 얻던 위안들을 지후는 나를 통해서 얻어 왔을까?

모든것이 혼란스럽다.

아마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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