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냉장고 | 1 ARTICLE FOUND

  1. 2009.09.02 20090902 - 고장난 냉장고

집에 냉장고가 고장났다. 이사 오면서 샀던, 대문보다 사이즈가 커서 냉장고 문짝을 떼고 힘들게 지금 자리를 차지한 냉장고가 8년만에 고장났다. 냉장실, 냉동실이 한꺼번에 맛이 갔다. 수리를 하려고 했는데, 수리비가 20만원이고 고치고 나도 또 고장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는 어차피 이달말에 이사가야 하니 힘들게 들어왔던 냉장고 버리고 이사사면서 새로 사자고 하신다.

그래서 냉장고 없이 한달을 살게 됐다.
내가 냉장고에서 주로 이용했던 것은 계란과 고추장과 물과 콜라 뿐이어서 큰 불편은 없을 것 같긴한데, 시원한 물을 먹고 싶다고 슈퍼에서 생수를 사오는 동생과 막걸리를 보관할 곳을 잃은 아버지를 보면 약간 싱숭생숭하긴 하다.

그래도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냉장보관이 필요한 것들은 냉장고에 보관 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냉장고 고장 때문은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다. 네이버랑 다음이 한꺼번에 없어져도 사람들은 포탈 사이트를 찾을까?

습관은 무섭고 물질문명이 부여하는 습관은 더 무섭다.
반자동 세탁기를 쓰는 우리식구들은 자동세탁기로 갈 수 있겠지만 삶아주는 기능을 가진 트롬 세탁기를 쓰던 집은 자동세탁기로 돌아가기도 힘들 것이다. 동생과 아버지가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틀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불편인데, 문제는 편하고 불편하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마이너스인 상태인데, 짧은 기간 동안의 경제 성장으로 몸과 마음에 익은 각종 경제수치가 올라가면 실질 소득도 올라간다는 인식 때문에 몸과 마음이 최신 물질문명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최신 물질문명은 빚덩이의 대기업이 만들어낸 것이고 소비자들은 가계빚으로 그 물질문명을 이용한다.

돈이 세상을 굴리는게 아니라 빚이 세상을 굴린다는 생각을 했다.

냉장고 고장에서 생각이 지나치게 나갔다.

다시 결국은 매체가 문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