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구제역 | 3 ARTICLE FOUND

  1. 2011.01.31 20110131 - 젖소, 구제역 치료법
  2. 2011.01.27 20110127 - 구제역,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소고기 먹는 법 5
  3. 2011.01.19 20110119 - 소 3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소는 발굽이 두 개다. 구제역은 발굽이 두 개인 동물한테만 생긴다. 

 예전에 강릉에서는 구제역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소가 있으면 소 혀에 왕소금을 박박 문대거나 발굽사이에 생긴 수포(물집)를 인두로 지졌다고 한다. 그래놓고 소가 살아남으면 좋고 죽으면 죽는대로 잡아 먹어서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구제역은 치사율이 높지 않다.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라 기억해 둔다.


 사진에 찍힌 젖소는 이름이 '얼룩이'다. 물론 젖소들은 다 얼룩얼룩하다. 얘는 낯을 많이 가려서 사료를 먹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사료통에서 고개를 뺀다. 그리고 다른 소들한테 힘에서 많이 밀리는지 자기 몫을 잘 못 챙겨 먹었었다. 같은 칸에 있는 소 다섯 마리 중에서 가장 먼저 새끼를 낳을 소인데 다른 애들에 비해서 너무 말랐다. 그래서 요즘에 특별관리하에 두고 엄청나게 많이 먹이고 있다. 그랬더니 약간 살이 붙는 것 같다. 

 사진은 약간 사나워보이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엄청 순하게 생겼다. 


 가운데 있는 소가 '먹쇠'다. 먹쇠는 얼룩이랑 같은 칸에서 살고 있는데, 사료 먹을 때,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우악스럽게 처먹는다. - 나머지 소들은 대체로 고개를 쳐박고 먹는다. - 작은아버지가 가끔 "이 새끼 또 고개를 쳐들고 처먹네."라고 하시면서 사료 먹고 있는 놈 이마를 툭툭 때리신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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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 때문에 난리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동네 누나랑 같이 그 누나 친척집이 있는 해남에 놀러 갔었더랬다. 동네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풀 뜯어 먹으라고 산비탈에 매어 놓은 소 한 마리가 절뚝거리고 있었다. 앞다리가 부러졌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아저씨 하나가 대형망치(일명 오함마)를 갖고 와서는 소 정수리를 정통으로 때려버렸다. 소는 그 한 방에 무너져내렸다. 그날 저녁에 소고기 미역국을 먹었다. 소 주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고기를 조금씩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먹은 미역국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물론 소를 죽이는 모습이 더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소가 태어나면 등록을 해서 끝까지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20년 전처럼 동네에서 잡은 소고기를 먹지 못한다. 강릉만 해도 도축장이 없어서 강릉에서 키운 소가 대관령을 넘어 가서 고기가 되고 다시 고개를 넘어서 마트에 안착하는 시스템이다. 약간은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소고기의 등급을 나누고 확실하게 이력추적을 한다고 해도 유통과정에서 벌어지는 속임수에는 당할 수가 없다. 장사치들을 욕하자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소고기를 먹는 법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소가 태어난다. 1. 관계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2.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포함된 사료를 사서 먹이지 않고 방목하며 풀만 먹여서 잘 키운다. 3. 소가 먹을만큼 크면 소를 잡아서 가죽과 고기와 내장을 분리한다. 4. 맛있게 먹고 소가죽으로는 수제화를 만들든지 외투를 만들든지 한다. 
 
 간단하게 4가지 단계인데, 쉽지만은 않다. 먼저 관계 당국에 신고 안했다가 걸리면 낭패다. 그리고 지금은 공장식으로 소를 키우기 때문에 신고 하지 않고 들키지 않는게 정말 어렵다. 다음으로 방목해서 먹이려면 무농약의 초원지대를 찾아야 하는데, 한 마리만 키워 먹으려는 입장에서 그런데를 찾기가 어렵다. 소는 물도 많이 먹으니까 개울가에 매야 하는데, 좋은 자리를 찾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소는 누가 잡아주나? 물론 뒷돈을 주고 마장동의 기술자를 불러서 잡을 수 있을 것 같긴하다.

 비밀리에 개인 목장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건희는 그런 소고기만 먹지 않을까?

 결론은 구제역이 빨리 없어져야 그나마 여태까지 먹던 가격으로 돼지고기랑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축산에 생계가 걸린 사람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전 '여섯시 내고향'에 소 2마리를 70마리로 불렸다가 한 번에 묻어버린 아저씨가 나왔는데, 그 아저씨는 하루에 한 번씩 운다고 했다. 작은아버지에게 물었더니 소를 한 마리도 안 팔고 계속 불렸으면 10년 쯤 걸렸을거라고 하신다. 그 아저씨는 덜 먹고 안 쓰며 버틴 10년을 땅 속에 묻어버렸다.

 농약 먹고 자살하는 사건들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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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 소

사진 2011. 1. 19. 19:10
 어제 오후에 모처럼 혼자서 일했는데, 덕분에 소를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잠깐 있었다.


 차를 세우고 우사 안으로 들어가면 소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릴때가 있다. 소들이 나를 보고 '이 새끼가 사료 주러 왔나.' 싶어서 그런것같다. 작은아버지가 가끔 새벽 네 시에 아침밥을 주러 가실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소들이 '이 새끼가 미쳤나.'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소들한테는 나도 작은아버지도 다 <이 새끼>일 뿐이다. 
 똥 치운지 얼마 안됐는데, 다시 똥들이 쌓여간다.
 

소 두마리가 짚을 빼 먹고 있는데, 한 마리가 뒤에서 슬금슬금 기어간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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