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20250604 - 정신 차려야지 생각

마그리군 2025. 6. 4. 08:48

 정선 여량면에서 임계면으로 향하는 42번 국도 위로 새로 뚫은 길을 달리고 있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다. 길은 점점 하늘을 향하고 아래로 옛날길과 산이 보인다. 길이 안 끝나네, 이상하다, 생각하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제 내려가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가드레일이 없는 길을 달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욕을 하면서 깬다.

 요즘 이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 신경 쓰이네.

 어제 아버지 보고 왔다. 멍하니 눈을 감고 있는 아버지,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아버지,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아버지를 보고 왔다. 아버지를 보고만 왔다.

 아버지는 아버지고 멀쩡한 사람은 살아야지.

 대통령도 새로 뽑혔으니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체념할 것은 얼른 체념하고 살아야지. 그래도 삶 자체를 체념하진 말아야지.

 회사 유리온실에 검은등할미새가 알을 깠는데, 지난 주말 사이에 아기새 두 마리가 고양이한테 잡아 먹힌 것 같다. 나도 내 아버지도 자연의 일부고 자연은 잔혹한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지금의 나는 튼튼한 어미새니까 아직은 세상에 잡아 먹히지 말아야지.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