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먹다
20210312 - 어쩌다 하나씩
마그리군
2021. 3. 12. 18:53
양갈비를 먹다
친구랑 양갈비를 먹는다
양꼬치는 먹어 봤어도
양갈비는 친구 덕에 생전 처음 먹는다
세상에서 공짜 밥이 제일 맛있고
고기는 내가 갖다 먹는 무한리필집 보다 누가 구워주는 집이 더 맛있다
친구의 푸념을 들으며 고기를 씹는다
나도 누군가를 씹고 싶지만
오늘은 말 들어주는 날이라 생각하고
장단 맞춰 고기만 씹는다
얘기를 들어주고 술과 고기를 얻어먹는 사이가 친구인가 하는 생각은
집에 가면서 하기로 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생은 무겁고
생이 무거울수록 술은 가볍다
이혼 같은 말이 오고가지만
어떤 말도 생보다 무겁지 않고 술보다 가볍지 않다
마치 양갈비와 같다
돌아오는 길
빗속에서
먹을 땐 몰랐던 생 비린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