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먹다
20210212 - 어쩌다 하나씩
마그리군
2021. 2. 12. 12:28
떡국을 먹다
떡국을 먹는다
해가 바뀌었고
농사짓는 친구가 멀리까지 떡을 보냈다
벼농사를 지어도 정미소가 없으면 쌀을 못 만들고
쌀이 있어도 떡집이 없으면 떡을 못 먹는다
멸치, 달걀, 마늘, 대파까지 내 손에서 나온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오늘 내가 떡국을 먹을 수 있는 건
설날 아침에도 배달하는 가스집 사장님까지
다들 돕고 사는 때문이다
지금 사는 모양이 어려서 상상했던 미래는 아니지만
살아 있으니 나도 누군가를 돕는거라 생각하며
그러니 됐다는 위안으로
떡국을 끊이고
한 살 더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