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먹다
20210209 - 어쩌다 하나씩
마그리군
2021. 2. 9. 22:25
장칼국수를 먹다
겨울
점심
사람들 모이지 말라는 시기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료와 장칼국수를 먹는다
전염병과 불편함을 장칼국수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어느해 이맘 때,
이별에 취해
대관령 자락 어딘가에서 길을 헤메다
막장과 배추만 넣고 끊인 칼국수를 얻어먹은 일이 있다
멸치국물에 냉이, 버섯, 감자까지 들어간 국수 맛이 그때만 못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기도 하는 곳이니
이 국숫집이 영업집이라 그런건 아닐 것이다
김치맛도 그때만 못한 것이 국숫집 주인 탓은 아닐 것이다
최씨 삼형제 중에 막내에게 시집와서
전쟁통에 남편 먼저 보내고
다음 대의 최씨 삼형제를 혼자서 키웠다는
국수를 내어주던 할머니의 주름진 몸짓이
장칼국수란 말 안에 남았다
잊어버릴 일 하나 없을것 같은 쨍쨍한 겨울날은
혼자서라도 장칼국수를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아주머니라 불렀더니 할머니가 아니라 좋다고 했던 할머니 얼굴이
입안에 남은 칼칼함처럼 아련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