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네, 라고 쓰면 진짜 힘들어진다. 이게 언어의 힘이다. 잘 쉬었는데, 뭔가 힘드네.
동생네 가족이 아버지를 만났다. 10살인 동생의 큰 아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 아이에게 알츠하이머 할아버지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자동차 문제로 서울에 간 김에 엄마집에도 다녀왔다. 서울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담배 피우고 기름 넣으면서 생각했다. 기름을 먼저 넣고 뭐라고 먹고 담배도 피우고 싶은데, 왜 고속도로 휴게소는 나가는 길에 주유소를 배치했나?
서울에선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이 대체로 다들 잘 지내고 그 안에 나도 포함돼 있고 그게 위로가 되진 않고 술이 술술 들어갔고 친구집에서 한 번도 깨지 않고 10시간을 잤지만 뭔가 피곤했다.
JJ숙부가 엄마집에 킹크랩이랑 새우랑 회를 가져와서 동생네 가족이랑 같이 먹는데, 내가 박수라고 하면서 먼저 박수를 쳤더니 동생 아이 둘이 같이 박수를 쳐서 JJ숙부가 기분이 좋았고 다들 웃었다.
내가 엄마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나 먹으라고 만들었다면서 김치찌개랑 제육볶음에 밥 차려줘서 잔뜩 먹었다. 집에 오기 전에 엄마가 반찬을 잔뜩 싸줘서 무한 사랑 같은 걸 생각하면서 빨리 쉴 것 같은 것부터 먹어 치웠다. 효도는 배가 부르다.
아내 집 사람들과 가족 모임을 했다. 장인 어른은 허리가 아프고 어머님은 건강해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집안의 최고 화제는 대학교 2학년인 조카 아이다.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입학한 아이인데, 아버님 쪽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물의만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아내와 아내의 오빠, 장인어른 장모님을 보건데, 그 아이가 물의를 일으킬 것 같진 않다.
아버님의 허리 통증이 계속 신경 쓰였는데, 아내는 늙어서 그렇다고 했고, 장인 어른과 통화중에 그 얘기를 했더니, 걔는 그렇게 생각할거다, 라고 했다. 이건 우리 집안과는 다른 가족주의다.
오늘 휴가 내고 쉬었다. 헌혈을 했고 아버지 2차 민생소비쿠폰 신청했다. 로또를 샀고, 단골 찻집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농특회계 세수 부족으로 영림단이 일한 돈을 못 받고 있는데, 그게 계속계속 마음에 걸린다.
다음주부터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는.
힘드네, 라고 시작하면 정말로 힘들어지는.
요즘 친척들 꿈을 많이 꾼다. 내 마음속의 가족주의 때문인가? 그 와중에 내 등에 엎혀있던 아내가 내 말 한 마디에 토라져서 내 등에서 내리는 꿈을 꿨다. 우리는 여전히여전히 사이가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