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9/04/24 | 2 ARTICLE FOUND

  1. 2019.04.24 20190424 - 어쩌다 하나씩
  2. 2019.04.24 20190423 - 화에 대한 생각

우럭회를 먹다

강원도 정선까지 날 보러 온 친구와
정선까지 죽으러 온 우럭을 먹는다
간장에 와사비를 풀고
얼마전 태어난 둘째 아이 이름을 묻는다
술병이 자빠지기 시작하고
친구에게 아이 이름을 묻는다
매운탕 국물을 뜨다가
다시 한 번 아이 이름을 묻는다
횟집을 나와서 담배를 피우다가
아이 이름을 또 묻는다
둘 다 술과 담배가 가까운 곳으로만 가던 시절이 있었다
10년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우럭회를 먹었던,
친구에게 아이 이름만 자꾸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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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있는 사람이다. 짜증도 잘 내고 쉽게 토라지고 욕도 잘한다. 화가 난다는 건 좁게는 주변일이, 넓게는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이다. 내 맘 같지 않은 걸 해결하려면 마음을 바꿔 먹으면 된다. 근데 마음이 마음대로 되면 마음이겠나. 마음을 바꾼다는 건 자존심도 상하고 세상에 지는 기분도 느끼게 한다.

아저씨 한 명한테 해고통지서를 보냈다. 산불 감시 근무를 서다가 초소 옆에 자작나무 물 빼먹는다고 구멍을 뚫었다. 경고장만 주고 해고는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윗선에서 해고를 원했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임산물 불법 채취로 사법처리 할 수 있다. 사법처리도 그렇고 과태료 딱지를 떼는 것도 과한 거 같다고 윗선을 설득해서 근무지이탈 및 쓰레기 투기로 단순 해고로 결제 받았다.

근데 어제 이 아저씨가 화가 나서 전화했다. 자기는 쓰레기 투기한 적도 근무지 아탈한 적도 없으니 곧이곧대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만히 얘기 들어주다가 화가 나서 알았으니까 사법 조사 받을 준비하라고 했다. 나를 쉽게 생각하나, 생각하니 화가 났다.

오늘 생각하니 이 아저씨도 일이 자기 뜻대로 안됐다. 나무 구멍 뚫은 일을 들켰고 본인 생각엔 별거 아닌일로 해고 당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한테 화를 내고 못되게 굴면 안된다.

내 돈 떼어 먹은 먼저 집 주인 할머니도 그렇고 세상을 오래 산 사람들이 왜 그러나 싶다. 세상을 오래 살아서 그럴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만 하면서 화 적게 내고 살아야지.

월요일에 오래된 - 또는 오래전 - 친구를 만났다. 취해서 작은 아이 이름을 자꾸 물었다. 아침에 해장국 먹다가 작은 아이 이름을 한 번 더 물었더니 친구가 네 번째 묻는거라고 하면서 다시 한 번 알려줬다. 정효. 그래서 그 이름을 잊지 않게 됐다.

오랜만에 강릉에 왔다. 봉봉에 오면 뭐라도 쓰고 싶다. 

씨팔, 그래 다 내 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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