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 일기

그때그때 2019. 7. 2. 17:25
  공무원 세계에는 해마다 두 번의 정기인사가 있다. 1월과 7월, 인사철이 되면 회사 안이 술렁거린다. 이번에 누가 어디로 간다는데 잘됐다. 누가 올건데, 어떤 사람이다. 나는 이번에 꼭 이곳을 떠날거다. 이런 얘기들이 최종 공문이 내려올 때까지 사무실 안팎을 떠돌아 다닌다.

  내가 죽지않고 살아서 계속 여기서 근무한다면 앞으로 약 40번 정도 이런 시기를 더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인사와 관련된 술렁이는 분위기에 익숙해서 누군가 오고 가는 일에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에는 일 시작한지 3년도 안된 사람들이 많은데 - 나는 딱 3년 됨 - 이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들떠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달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행정력 낭비다. 근데 어떤 사람이 한 곳에서만 계속 일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행정력 낭비다. 그러니까 정기인사라는 건 필요한 일이다.

​ 오늘 정기인사가 났다. 2016년에 입사한 6명 중에 나랑 옆 방에 한 친구만 남았다. 동료애가 있던 친구들은 그만두거나 먼저먼저 인사 때 다 떠났다. 그때마다 마음에 데미지를 받았더랬다. 이번에 작년 9월에 와서 나랑 술친구 해주던 20대 청년이 정선을 떠난다. 삼촌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인지 약간 섭섭하고 말았다. 요즘 팀장님하고 잘 지내는데 - 내 방에서 미션임파서블4 보면서 같이 술 먹다가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더 싫다고 하면 同鄕인데도 그러십니까? 라고 장난으로 물어보기도 함 - 이번 인사에 본인 희망지로 못가게 되서 나는 잘됐다. 팀장님 쏘리.

  회사 전통인지는 모르겠는데, 인사가 나면 친한 사람들끼리 회식, 팀별로 회식, 방별로 회식, 전체회식까지 회식이 많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난다. 팀회식은 사람들이 다 그런가보다 하거나 흔쾌히 좋다고 하는데, 방별로 하는 회식과 전체회식은 많은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억지로 술을 먹거나 더럽게 노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전체회식날 당직인 사람을 부러워하는 지경이다. 다른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식이란 그런 것이겠지.

  다음번 인사때는 꼭 정선을 떠나고 싶어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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