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다 돌아오면 망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씻고 앉으면 다가와서 나를 문다. 팔도 다리도 몸도 문다. 닥치는대로 문다. 망고가 물면 아프다. 아픈데 귀엽다. 아픈데 위로가 된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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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8

사진 2013. 9. 28. 21:59


망고는 많이 먹는다. 오늘은 옥수수, 호두, 아몬드 맛을 알아버렸다. 많이 먹으니까 많이 싼다. 나랑 똑같군. 실컷 먹고 누운 녀석을 찍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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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는 많이 먹는다. 애초에 많이 준 우리 잘못이 크다. 망고 배는 호리병처럼 동그랗다. 우리는 밥을 적게 주기로 했다. 망고는 어제 배가 고팠다. 많이 고팠다. 우리집 거실에는 가끔 말벌이 들어온다. 나는 말벌들을 파리채로 때려잡는다. 어제 한 마리가 들어왔길래 망고에게 말했다. "잡아." 장난이었는데, 오른쪽 앞발로 훅을 날리더니 벌을 잡아 먹었다. 그 후로도 말벌 두 마리랑 잠자리만한 모기 한 마리를 먹어치웠다. 그래놓고는 이러고 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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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형네 들렀다가 망고 동생을 봤다. 집 너머에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귀엽다. 얘도 데려올까. 얘 말고 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망고 동생들은 크기가 망고 절반이다. 적당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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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5

사진 2013. 9. 15. 21:50



오늘 빨아 널어서 벼 여무는 소리 들리는 가을 볕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이불 안에서 아내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잔다. 내일은 새벽에 상합 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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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4

사진 2013. 8. 28. 21:14

 

오늘 아침에 망고랑

 

 아침에 일어나면 마루에서 잠들었던 망고가 우리방에 들어와서 동그마니 앉았다. 망고는 며칠전보다 컸고, 더 활발히 놀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싼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잔다. 활발히 놀고 나서는 어디서든 금방 잠든다. 내 배 위에 자리 잡고 누워서 자기도 하는데, 고양이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다. 망고도 인간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아서 내 위로 올라오는 거겠지.

 망고는 배가 고프면 삐약삐약 운다. 괭이 갈매기는 고양이처럼 울어서 괭이 갈매기인데, 망고는 병아리처럼 운다. 망고가 울면 지후가 밥을 준다. 망고는 아직 어려서 밥그릇에 발을 집어 넣고 밥을 먹는다. 발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 지후는 매번 망고 발을 닦아준다. 그리고 망고는 우리방에와서 똥을 싼다. 오줌은 마루에서 싼다. 망고가 싸고난 자리에는 베이킹 소다랑 계피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이것도 주로 지후가 한다.

 망고는 하루에도 열번을 넘게 잔다. 자다가 일어나서는 잠깐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눈을 비스듬히 떴다 감기를 반복한다. 하품도 하는데, 하품할 때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입이 크다. 잠이 완전히 깨면 앞다리를 쭉 뻗는 동작으로 몸을 추스리고는 한참을 신나게 논다. 혼자서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낯선 소리에는 몸을 세워 반응하고 눈 앞의 장애물한테는 펀치를 내뻗는다. - 주로 라이트 잽이 많다. - 지후 복숭아 뼈를 깨물려고 하기도 한다.

 망고는 지금 내 허벅지 위에서 잔다. 몸을 쭉 뻗고 늘어졌다. 계속해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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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3

사진 2013. 8. 23. 21:12





망고가 우리집에 오고서 보름이 지났다. 초반에는 먹고 자다가 가끔 싸는 일을 반복하더니 돼냥이가 된 지금은 많이 먹고 실컷 놀다가 싸고 잔다. 내 품에서 잘 잔다. 어디서도 잘 잔다. 여전히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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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2

사진 2013. 8. 19. 20:49


저녁에 병어조림 하느라 병어 다듬다가 내장을 꺼내 줬더니 망고가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러더니 누운 내 겨드랑이 아래 누워서 잔다. 위로도 되고 안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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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1

사진 2013. 8. 16. 16:43

아츠다 유하루 & 시노다 노보루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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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이장님네 컴퓨터 손봤다. 메모리 관련, 하드디스크 관련 블루스크린이 떴고, 인터넷 연결도 안됐다. 메모리 네 개를 하나씩 껴보고 별 짓을 다하다가 결국 자료 백업해 두고 윈도우 새로 깔았다. 

 

 볼음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해도 그 젊은 사람들이 50대를 뜻하는 것이고 농사를 업으로 삼는 50대가 컴퓨터를 자주 접할 일이 없었으니, 아저씨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종종 사소한 문제들이 생긴다. 내가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좋은일이다. 먼저는 교회 기타줄도 갈아드렸다. - 하지만 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지는 않을게요. ^^; - 

 

 나야 초등학교 때, 아이큐 2000부터 시작해서 쭉 컴퓨터의 발전(게임 그래픽의 발전)과 함께 커온 세대니까 - 내 첫 컴퓨터는 대학교 1학년 때, 윈 95가 깔린 586컴이었다. - 당연히 컴퓨터가 무척 익숙하다. 우리 동네 50대분들이 나보다 농사에 익숙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분들은 손모내기 하던 시절부터 쭉 농사를 지어온 것이다. 

 

 C 이장님이 무척 고마워 하셨다. 오늘 뭐할거냐고 하셔서 당근 심는다고 했더니 밭 쓸려준다고 하셨다. 조금만 심을거라서 삽으로 일르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프로그램들 까는 동안 동네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런식으로 서로 도우면서 계속 살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나도 농사가 익숙해 지겠지. 

 

p.s  예전에는 윈도우즈 새로 깔고 드라이버 깔고 각종 프로그램들 깔고 하는 몇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이패드를 가지고 나서는 왜 윈도우즈는 부팅도 오래 걸리고 블루스크린도 발생하고 까는데도 오래걸릴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가 거의 저물어 가는듯하다. 

 

짤방은 화석이 되어버린 개구리- 어쩌다 이랬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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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끝냈다. 겨울에 일 없을 때, 다시 끊어야지. 담배를 다시 물었을 때, 특별한 느낌은 없고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담배를 끊었던 이유가 공식적으로는 대선이 끝나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였고 실질적으로는 장기간 수입이 제로인 상태로 살아야 하기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요즘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올겨울에 뭘해서 연소득 일천만원을 채울까.인데, 이런 와중에 담배를 샀다.

나는 범사에 감사하는 타입으로 - 카톡 프로필이 범사에 감사하라.인데, 바람 피우는 아주머니를 한 명 알고 있다. - 한없이 긍정적인 편인데, 긍정이 지나치면 최악의 상황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무척 경계한다. 가을에 쌀, 고구마, 콩을 잘 팔아봐야지. 어떤 방법이 좋을까를 궁리하는 것이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일텐데, 현실에서는 다 잘못됐을 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 이래서 도지나 나오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런가? -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일단 생각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오전에 택배 찾으러 선창에 나갔다. 볼음도에서는 택배를 배에서 찾아와야 한다. 토요일이라 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뱃전에 미리 나와 있던 동네분들이 손님들을 택배 찾아가듯이 차에 실고 갔다. 섬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게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 내 삶이 어떤 종류의 안정을 - 첫 번째가 경제적인 것 - 찾을 때 까지는 계속 그렇겠지. 나는 조용하고 인구수 적고 가끔은 픙경이 원시적이기 까지한 우리 동네가 너무 좋다.

저녁에 고구마 밭에 호랑이 소리 틀어놓고서 백사장 쓰레기 중에 쓸만한 거 찾으러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는데, 비가 왔다. 얼굴이 금방 젖었다. 볼을 흘러내린 빗물이 짰다. 바닷가에 내리는 비라 그런가보다.생각했다가 땀이 섞여서 그렇겠구나.로 바꿔 생각했다. 낭만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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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갯골 해수욕장 개장했다. 짤방은 안개낀 영뜰해변의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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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농사 짓고 사는 일에 대한 통칭을 정했다. 나는 올봄부터 쭉 Gracias(그라시아스) 농장이 좋겠다고 얘기했다. 모든것에 감사한다는 뜻이다. 종교적인 색채는 없다. 아내(지후)가 며칠전부터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다정한 농부'가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은 "(그리시아스 농장의) (아마도) 다정한 농부"를 우리의 정식명칭으로 정했다.

다정한 농부 공식 페이지는 일단은 bri2013.tistory.com 이다.

아내가 남들이 농장 앞에 써붙이는 것들마냥 원칙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같은건 너무 당연한 것이고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다정한 농부는 고라니를 미워하지 않는다'였다. 지후가 웃긴다고 좋아했다. 지후가 좋으면 나도 좋다.

이름을 지었으니 이제 로고를 만들어야겠다. 상표등록도 해야겠지?




짤방은 남의 밭에서 찍은 나의 도라지 꽃 - 내년에는 꽃을 보기 위해서라도 도라지를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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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 냉면

그때그때 2013. 6. 26. 10:51
집에 가려고 배를 기다리고 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아침밥으로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는 금풍제과에서 만든 튀김건빵을 500미리 콜라랑 같이 먹었다. 배가 한 시간 반 늦어지는 줄 알았으면 밥을 사 먹었을텐데. 후아.

어제 점심엔 해물탕 집에서 냉면을 저녁은 터미널의 중국집에서 냉면을 먹었다. 나는 딱히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는 냉면을 두 번이나 먹었다. 해물탕 집 냉면에서도 중국집 냉면에서도 여름이면 식당마다 써 붙이는 '냉면(또는 콩국수) 개시'에서 나는 맛이 났다. 식자재 도매상의 맛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이 싼 맛, 또는 어려서 먹던 맛, 가장 익숙한 맛, 어쩌면 엄마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날이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예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던 냉면 육수에 대해서 물으니 북어 대가리 넣고 끓여서 집에서 만들었지만 다시다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어쩌면 엄마의 맛'에서 '어쩌면'은 지워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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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우리집 냉커피. 집에 도착하면 바로 커피 한 사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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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201305xx라고 적었다가 고쳤다. 5월이 간 게 문제가 아니라 6월도 다갔네.

내일 모레가 결혼기념일이다. 지후가 얘기해서 오늘 알았다. 모내기가 오늘 끝났다. 바쁘고 정신 없었다는 핑계는 핑계고 몰랐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지후가 결혼기념일에 뭐 할거냐고 물어봐서 콩 심어야 된다고 했다. 아내가 장난으로 짜증을 냈다. 11일에 비가 온다고 해서 전날 할 일이 많다. 고구마 땜빵도 해야하고 흰콩, 수수도 심어야한다. 지후한테 그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

10일에는 할일을 다 마치고 비가 오는 11일에 같이 읍내로 외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보대로 비가 오고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11일에는 아내랑 외출하는 걸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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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서 예쁜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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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농촌사회가 그렇겠지만 볼음도는 작은 섬이다 보니 집성촌 느낌이 강하다.

누구는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조카고 누가 누구네 외삼촌이고 아줌마들끼린 서로 먼 동서간이고 그렇다.

모내기 기간이라 밖에 살던 가족들이 일 도우러 섬에 많이 들어왔다. 어딘가 닮은 얼굴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보면서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되새긴다. 물론 그 잘난 피도 돈 앞에서는 물보다 옅어질 뿐이다.

나랑 지후는 가진것도 없이 연고자도 없는 섬에 들어와 살고 있다. 이 섬의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그 관계망 안에서 일에 있어서 만큼은 내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가진것이 없다보니 그게 어렵다. 아니면 줏대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많아서 자꾸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지말자고 생각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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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 개구리

사진 2013. 5. 10. 09:19


큰 개구리 잡아먹는 작은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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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음도, 여전히 걱정이 많은 지후의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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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기다리다가 갈매기 구경 나가서 쪼그리고 앉았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새우깡 날리면서 갈매기 틈에서 사진 찍고 갔다. 고맙게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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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꽃

사진 2013. 4. 4. 21:16


뒷밭에서 달래 캐다가 발견한 2013년 나의 첫 번째 꽃. 이름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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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너머는 바다.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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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5 - 지후의 창가

사진 2013. 3. 15. 20:59

 

볼음도, 걱정이 많은 지후의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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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대설했다. 입춘에 눈이 오면 그해 농사는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농사가 좋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하늘 마음대로란 얘기다. 밤에 자면서 아침에 눈 치워야지 생각했다. 그래선지 모처럼 아침에 일어났다. 7시 반부터 눈을 치웠다. 열시가 됐다. 잠시도 쉬지 않고 치웠다. 몸을 쓰니까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텐데.

 기타 레슨을 다녀왔다. 8회 수업 예정이었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6회만에 끝났다. 선생님 얘기로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제 내가 열심히 연습할 일만 남았다. 이번 수업으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도레미파솔라시도와 스케일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스스로는 하지 않았을까? 내가 좀 그렇다.(내가 좀 거시기 해서 거시기하다.)

 설이가 한창 임신 중일 때 몽쉘통통을 많이 먹였다. 설이 새끼는 몽실이다. 몽실몽실하다고 주인아줌마가 그렇게 지었다. 설이는 임신중에 몽쉘통통을 먹고 몽쉐리를 낳았다. monami가 내 친구인것처럼 몽쉐리는 내쉐리(내새끼)다. 이런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활력이 된다.

 의미부여라고 하면 생일을 빼 놓을 수 없다. 2월 6일은 내 친구 DS와 012가 태어난 날이다.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그런가 하면 나랑 나얼도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역시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 중학교 때 친구중에 쌍방울 2층에 살던 호철이도 나랑 생일이 같았다. 호철이는 지금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을까? - 사실 한 반이 50명인 학급에 나랑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을 확률은 90%가 넘는다. 구체적인 계산은 <생일 확률>로 검색하면 여기저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50명은 넘는 내 친구들 중에 두 명의 생일이 같은 것이 유별난일은 아니다. 나얼과 내 생일이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나얼은 노래를 잘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학처럼 정확한 것보다는 여기저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즐거운 삶이다.

 김춘수의 "꽃"처럼 L선배가 6시 내고향의 박경림 리포터를 보고 "와 저 리포터는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말한 순간부터 고깃배에서 잠들었다가 부시시 일어나거나 무거운 물고기를 들고 발버둥치는 리포터의 행동과 눈빛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요새 나도 너도 삶도 죽음도 똥도 오줌도 다 부질없다는 소리를 가끔 내뱉는데, 그만 둬야겠다.

 

 강아지는 45일이 지나면 젖을 뗀다고 한다. 몽쉐리는 태어난지 두 달인데, 젖도 먹고 밥도 먹는다. 강아지는 젖을 떼면 바로 어린이가 된다. 어린이가 된 몽쉐리가 눈을 봐서 신났다. 깡총깡총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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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 '나는 난로다' 행사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다. 강화에는 새벽부터 비가 왔다. 집에서 송정으로 송정에서 공항으로 에서 전주로 에서 완주군 고산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많은 여정이었다.

강의는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열 효율이 높은 나무난로를 만들어 이용할 필요가 있고 그 방법은 이러이러하다는 내용이었다. 카페에도 다 올라와 있는 내용이지만 관심이 없어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직접 들으니까 내용이 쏙쏙 들어와서 좋았다.

김성원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란애는 - 어쩌면 인간은 - 즉각적으로 필요한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큰 관심이 없음을 알았다. 그것은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써야할 난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적정기술에 무척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해봐야지 정도에서 생각이 멈췄다. 앞으로는 당장 필요한 것에 대한 강의나 직접 해볼 수 있는워크숍에만 가야겠다. 일단 올해는 다른 일들보다 동네에 적응하고 농사를 잘 짓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 적정기술, 협동조합, 마을가꾸기도 좋지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농사 열심히 잘 짓는 거랑 기타 치는 거니까 그렇다.

뭐 올겨울에는 당장 난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때 생각하자

말로만 태연한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은데서부터 좀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제는 아내랑 기술센터에 가서 강의를 들었다. 유천호 군수가 나라의 규정을 어기고 - 자기 말 안 듣는 인사 계장도 경질하고 - 본적이 강화도 이거나 강화에서 오래 산 사람들만 공무원으로 뽑았다는 얘기를 했다. 자기가 군수가 되고 군청에 불이 열한시까지 꺼지지 않고 다들 열심히 일한단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과속 방지턱이 너무 많아서 학교 앞에 것만 제외하고 다 없애기로 했다는 얘기도 했다. - 오늘 들은 얘긴데 선거유세 중에 과속방지턱에 사고 난적이 있다고 한다. 들은 얘기다. 또 들은 얘긴데 군수가 되고 600명 공무원 중에 250명이 자리이동을 했다고 한다. - 내가 한다면 하는거야라는 점이 박은혜랑 닮았다. 같은 당이라서 그런가보다. 문제는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이들이 군수의 그런 얘기들을 호의를 갖고 듣는 것 같았다는 거다. 나만 아니면 돼, 농민들 한테만 잘하면 돼. 뭐 이런건가?

설이 새끼는 암놈이고 이름은 몽실인데 아직은 젖을 먹고 덩치는 큰데 귀엽다. 몽실이는 귀여운데, 나는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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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아내는 생크림 케익과 과일과 샐러드를 먹고 싶어했는데, 내가 기타 선생님 집에서 늦게 나오는 바람에 김포에 나가는 버스를 타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에 우리는 집 앞에 회센터에서 회를 먹었다. 놀래미랑 우럭을 먹었다. 미역국, 콩가루 샐러드, 조기 새끼 튀김, 굴, 매운탕, 소주 약간(은 나만)까지 무척 푸짐했다. 횟값만 오만원이길래 육만원을 냈는데 주인 아줌마가 만원을 그냥 돌려줘서 돈을 번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두 당 이만 오천원짜리 점심 식사를 한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아내 생일이라고 jj숙부가 점심을 사줬다. 신사동 블랙스미스엘 갔는데 피자는 무척 맛있었고 봉골레 파스타는 무척 짰다. 일하는 분이 빵 추가에 추가 요금이 있지만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빵 더 달라고 해서 그 보복으로 파스타를 짜게 만든 건 아니겠지? 암튼 밥 비벼 먹어도 될 정도였다.

기타 선생님이 생겼다. 집 근처에 또 다른 펜션에 최근에 이사온 부산 남자다. 선생님은 온화하고 실력이 좋고 기타 오타쿠 같은 분위기가 난다. 레슨비가 싸다. (8회, 20만원) 게임과 만화책의 시절이 가고 집중해서 할 일이 생겼다. 난 집중할 무엇이 필요한 인간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주인집 개 설이가 새끼를 낳았다. 설이는 아직 한살이 안됐다. 새끼는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가 살았다. 그 한 마리의 삶이 태어난지 한 달 만에 슬슬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덩치는 엄청 크지만 아직 새끼라 귀엽다. 주인 아줌마가 사납다고 했더는 걸로 봐서 조만간 닭장행일 것이다. 닭장에 간다는 것은 올 여름에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동흡은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 인사청문회에 나왔다. 우리나라 너무 후졌다. 4대강 감사도 진작에 끝난 걸 엊그제 발표했다고 하던데. 후졌다 후졌어.

최근에는 <플랫> <깨끗하고 연약한>을 읽었다. 플랫은 아이가 귀엽고 깨연은 주인공들이 예쁘고 잘생겼다.

짤방에 위성 사진에 파란 지붕은 볼음도 우리집이다. 이사 가면 먼저 해야할 일 중이 하나가 집 뒤에 밭 자리를 다시 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잘하자고 생각하고 아내와도 다짐한다.

지후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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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랑 부안에 왔다. 4년만이다.

띵까띵까 시를 고쳤다. 누가 옆에 있으니까 고치는 일이 더 수월하다. 예전에 쓴 것들은 부끄러운 것들이 많고 어떤것들은 무척 내 마음에 든다.

어제는 부안 마실길을 걸었다. 마침 날이 기묘해서 가려진 태양이 바다를 비추는 멋진 풍경을 봤다. 그렇지만 각 지자체들이 축제랑 길 만드는 사업은 이제 그만 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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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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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이패드로 자빠져있는 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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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 귀뚜라미

사진 2012. 11. 29. 09:10


같이 산지 세 달 넘은 귀뚜라미다. 얘는 화장실에 사는데, 평소엔 안 보이다가 보일러를 가동해서 바닥이 따뜻해지면 어디선가 나타난다. 오늘 아침까지 삼일 넘게 복지부동으로 타일벽에 붙어있다. 먹이라도 줘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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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 강원도

그때그때 2012. 11. 27. 00:55
강릉이랑 속초에 다녀왔다.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삶이 있고 나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부러워할 수는 있다. 아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마음도 우정의 일종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뿐 아니라 질투와 시기도 우정의 일종이며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ssy와 시드, 고구미를 만나서 뱃속에 있는 얘기들을 쏟아냈다. 나도 내 뱃속에 무슨 얘기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만취해서 쏟아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그리한 다음날은 후련함과 만취에 대한 후회가 함께 밀려온다. 여튼 강릉에서 친구들이 나를 잘 보살펴줬다. 친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맙다. 꼭 우리집에도 놀러오기를 바라본다.

금산에 가서 강릉 떠날 때 미처 챙기지 못한 털신을 찾았고 작은아버지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영전을 지나 금산에 내리자마자 포근한 기운이 마음까지 감싸는듯 했다. 고향에 온 것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강릉에서 소똥도 치우고 소들 밥도 주고 옥수수, 감자, 보리, 벼도 심고 고추를 심으며 당신 생각에 울기도 하고, 산불조심도 다녔다.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향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같다. 삼촌과도 서로의 장래 계획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저 잘 할게요.

속초에서 영농 친구들을 만났다. 맛난걸 많이 먹었다. 많이 마셨다. 많이 떠들었다. 회도 대구지리도 오리백숙도 등심도 좋지만 속초의 정든식당에서 먹은 장칼국수가 가장 맛있었다. 두 번 먹었다. 식당 이름부터가 마음에 쏙 든다. 언젠가에는 국수를 좋아하는 지후랑 같이 먹어야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과 영농에 충실한듯 했다. 나도 그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까? 스스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겠지. 초조해하지 말자.

이번주는 차분차분하게 가자.



고성의 숙소. 영화 타워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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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 수능, 엄마

사진 2012. 11. 9. 01:01

 수능이었다. 추억 돋는다. 수험생들은 수능이란 현실 앞에 인생의 희노애락과 백만가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맛보겠지. 내가 농부가 되는 일과 볼음도에 살기라는 현실에 휘둘리는 것처럼.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가 아니더라도 인생이란 그런것이다. 그러니까 삶의 무게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 

 서울에 와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다년간의 경험에 의해서 수능날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처럼 서울에 왔다. 먹을것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내가 추석 이후 나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엄마는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아내랑 같이 공무원 준비하라고 했다. 나는 다 계획이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했다. 농촌살이에 실패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도 했다.

 둘 중에 한명이라도 농부의 삶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실패다. 내가 원하는 삶에 실패 따위가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두렵다.

 엄마, 아내, 나 셋이서 보쌈을 먹었다. 588종점 뒤편의 먹자촌 길을 오랜만에 걸었다. 내가 자라난 우리동네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랑 걸었다. 아 기분 좋아. 우리 엄마는 구체적으로 어떻기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냥 한 마디로 쿨한 시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편이라 지후가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좋다.

 서울집은 5층인데 계단을 내려가는 아내와 나를 엄마가 배웅했다. 아내는 먼저 내려가고 나는 반층 위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에게 푹 쉬어요. 전화할게.라고 두 번 반복해서 말했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서 전화를 하는 손동작도 두 번 반복했다.

 그 순간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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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신월동 집 근처의 오래된 연립. 자전거 때문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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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사진 2012. 10. 28. 23:33
공장의 흔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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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그때그때 2012. 10. 28. 23:30
주말에 진탕 놀았다. 말그대로 진탕 놀았다. 오랜만이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아서 느끼는 허망함도 오랜만이다.

DS랑 전등사에 갔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5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했다. 입장료를 받을만큼 절이 넓었다. 교회는 수직으로 확장하고 절은 수평으로 확장한다. 종교는 확장으로 세를 과시한다.

이달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내년을 생각하면 일을 더 해야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쿨하게 그만두기로 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올해 무척 열심히했다. 무려 십개월을 연속으로 일했다. 직장에 다닌 것이 참 오랜만이다. 앞으로 다시는 직장에 다니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고 볼음도에 잘 정착해야 한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에는 몸을 움츠리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정확히는 이사와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바쁠것은 없지만 한가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렇겠지.

전등사는 단풍이 더 짙어지고 날이 좋을때, 지후랑 한 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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