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7/07 | 5 ARTICLE FOUND

  1. 2017.07.25 20170725 - 어쩌다 하나씩
  2. 2017.07.25 20170725 - 어쩌다 하나씩
  3. 2017.07.15 20170715 - 더운날 생각
  4. 2017.07.08 20170708 - 어쩌다 하나씩
  5. 2017.07.03 20170703 - 어쩌다 하나씩

옛날사람

옛날 사람이 되고 나니
나보다 옛날 사람이 별로 없다
진짜 옛날 사람이 되고 나니
못했던 일만 생각난다
미안했던 일만 생각난다
고맙단 말은 하지 않았다
감사 인사도 받지 못했다

나는 옛날 사람
너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나는 옛날 사람
너는 미래에 있겠다고 했다
나는 옛날 사람
내일과 희망은 당신들의 몫

나는 옛날 사람
어제만 사는 옛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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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마음과 마음이 부둥켜 안으니 마음에서도 땀이 난다
뒤섞인 땀에서 마음의 단내가 난다
여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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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다. 옛날에도 이렇게 더웠나? 10살 때는 얼마나 더웠는지 기억나지 않으니까 옛날이라 하면 한 이십년 전 스무살 무렵으로 할까? 그때는 서울의 빌딩 숲을 싸돌아 다녔어도 지금처럼 더웠던 것 같지는 않다. 여름 평균 온도는 올랐겠지만 여름이 덥지 않았을리는 없고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해의 더위는 반복속에 잊혀질 뿐이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고 실외기 바람이 뜨거우니 옆집도 에어컨을 틀고 이렇게 번져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에어컨만 그런게 아니라 자동차도 아파트도 그렇다. 결국 사는 게 다 그렇다는 반복으로 돌아온다.  이 되풀이 끝에 모두가 멸망으로 치닫는가.

 모든 과거는 치욕이다, 라고 메모장에 오래 적어두고 다녔다. 머리가 차면서부터 여러가지 잘못한 일들은 여전히 기억속에 남아있다. 삶에는 좋은일도 나쁜일도 있다. 과거의 모든일이 내 기억속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혈관 속 작은 털 한 오라기에라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나란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 그러니 인간이란 같은 실수를 자꾸 반복하지 않고 내적으로 점점 나아지며 살아야한다. 나아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집에 에어컨 샀다. 또 짐을 하나 늘렸다. 이건 나아진 건 아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삶이 두렵지만 내 옆에 복날에도 사랑하는 당신이 있다. 이대로 끝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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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먹다 - 시카고 피자 -


피자를 먹는다
냉장고 안에서 이틀
차갑게 식은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치즈까지 단단해진 시카고 피자

피자를 식히려면 냉장고가
피자를 사려면 마트 회원카드가
회원카드를 만드려면 돈도 자동차도 필요하다
필요를 따라 올라가면 물건의 목록은 하늘에 닿는다

포장 박스도 따뜻할 때 먹으라 권유하지만
냉장고는 있어도 전자렌지는 없어서
살며 모든 걸 가질 순 없다는 걸 알기에
차가운 치즈를 곱씹는다

시카고에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오래된 팝송과 마이클 조던만 떠오르지만
시카고에서 오지도 않은 시카고 피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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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오천만명의 사람
적어도 팔천만 마리의 닭
사람과 닭을 합친 숫자보다 많은 나무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의 모래만큼 많은 모래
모래는 시멘트와 섞여 건물이 되고
나무는 산불에 타고 예수처럼 못이 박힌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닭들이 생매장 되고
사람이 사람을 돈으로 사고 판다

오, 자유 대한민국
아, 위대한 공화국

나는 자유가 뭔지 모르고
공화국은 더욱 모르는 사람
바다 건너 나라에 사는 여가수의 성격까지 알 수 있는 세상에서
내가 보고 들은 일에만 기뻐하는 사람
내 몸에 와 닿는 불의에만 분개하는 사람
나의 반대편에 당신이 있다는 걸 모른척 하는 사람
그러면서 당신에게 사랑을 말하는 사람
꼬리를 물어 다시 앞으로 돌아오는 말의 반복을 알면서도 반복하는 사람
절대 그 말을 번복하지 않는 사람
오천만명 중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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