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7/02/14 | 2 ARTICLE FOUND

  1. 2017.02.14 20170214 - 할머니 생각 1
  2. 2017.02.14 20170214 - 어쩌다 하나씩

 컴퓨터 자판으로 블로그에 뭘 적는 게 참 오랜만이다. 키보드에서 나는 또각또각 소리가 벌써 옛 정취가 되어버렸다. 나이가 사십이고 처음 내 컴퓨터를 가졌던 게 20년 전이니 그럴만 하다. 아직은 옛것을 찾는 나이가 아닌지 스마트폰으로 적는 게 더 편하단 생각이다.

 어제는 칼퇴근 하고 할머니 보러 강릉에 다녀왔다. 얼마전부터 호스로 투입되던 음식물마저 계속 게우셔서 더 이상 영양확보가 불가능한 상태라 들었다. 고모랑 통화할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할머니 숨이 붙어 있을 때,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할머니는 아버지의 새 엄마니까 그 마음이 혈연의 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학습된 예의나 감정도 아니다.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치매 이후에 가만히 누워 계신지가 십년이 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할머니의 의식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걸까? 내면의 고요함 조차도 사라진 지금 모습이 내 할머니인가? 

 두 아이가 있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네 명의 아이를 낳아 키웠고 이제 당신의 자식들과 그 자식들의 자식들이 각자의 방식과 마음으로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숨을 멈추고 나면 치매 초창기에 바리바리 짐을 싸서 가야한다고 했던 자기집에 가시는 걸까?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죽는다는 공포를 덜어주나? 할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진짜 죽음이 오나? 죽음을 포함해서 어떤 방법으로도 보여줄 수 없는 내 모습이 있고 신이라 해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블로그 글쓰기 화면 만큼이나 오랜만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AND

벌레

모든 땀구멍에서
유충들이 기어나왔다
들어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점점 더 커지는 그것들을 느꼈다
내가 키운 벌레들이 나를 집어 삼키는 동안
나는 너와 함께 별의 죽음을 기다리던 그날밤처럼
아무 반성도 후회도 없이 그냥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