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9/13 | 2 ARTICLE FOUND

  1. 2016.09.13 20160913 - 어쩌다 하나씩
  2. 2016.09.13 20160913 - 지진 때문에 생각

말장난


말이 없는 말
소용 없는 소용
진실이 아닌 진실
존재하지 않는 존재
진심이라고 믿는 진심
질리도록 지겨운 진리
글을 잊은 문장은 말이 없고
위안인지 망각인지 양귀비 꽃말같은 밤
무력감에 마신 술 기운에 더 무력해지는 밤
당신 때문에 아닌데 다 당신 때문이라고 소리질러 버리는 그런 밤
말장난 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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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때문이 아니라 지진 후의 막막함 때문에 잠이 안온다. 정선엔 진동이 없었다. 강릉, 속초에선 느꼈다고 한다. 나는 페북에서 지진 소식을 보자마자 아내랑 원전부터 떠올렸다. 지진 소식이 나올까 싶어서 튼 테레비 뉴스에선 자막으로만 원전은 정상가동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 정도 지진이면 계속 지진 관련 방송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tv에선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그림이 오랫동안 나왔다. 물 사러 밖에 나왔다가 술 마시던 동료들이랑 잠깐 함께 했는데, 직접 나에게 오지 않은 지진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게 싫었지만 결과적으론 나도 마찬가지다.

 늘 '나도 마찬가지고 이런것이 인간이라 어쩔 수 없다.' 에서 멈춘다. 세상에서 가장 논리정연한 말로 무너져가는 이 나라를 비판하고 비인간적이고 비논리적인 세상을 개탄하는 일이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견디다 못해 손에 돌멩이라도 집어드는 일과 곡기를 끊는 일도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현실은 그저 현실. 그렇다면 나를 바꿔야할까? 바뀐 나도 그저 나. 1분 전의 나, 1분 후의 나, 지금을 흐르는 나.

 어제 영화 밀정을 봤고 오늘 문혁과 인간에 대해서 쓴 위화의 산문을 몇 개 읽었다. 그 영향으로 가끔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 나는 그저 나.

 새벽에 일어나 우물에서 물을 긷고 - 또는 냇물을 떠다가 -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데우고 물이 끓으면 표주박에 맥심 모카골드 인스턴트 커피를 끓여 먹는다. -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면 나무도 미리 해둬야겠지. 이 커피 참 맛있겠다. -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옛날의) 방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 제 좋은대로 할 뿐이다. 인간이란 그러한 자기를 인정해 주고 좋아해주는 사람,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는다.
 
 산다는 게 그저 이런 것 같다. 인간이 인간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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