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7/28 | 1 ARTICLE FOUND

  1. 2015.07.28 20150728 - 어쩌다 하나씩

균열


너랑 나 사이에는 균열의 씨앗이 있어
그 씨앗이 부풀어 오르고 무럭무럭 자라면 안녕하는거지

너의 눈물로 균열의 씨앗에 싹을 틔워서
거름을 듬뿍 준 땅에 묻고 물을 줬더니
싹이 나왔다
때때로 물을 줬더니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내 키보다 큰 나무가 됐다
나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근처의 풀을 베줬고
그러다 지치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었다
열매가 많이 달리라고
해마다 죽은 고양이와 개를 나무 옆에 묻었다
어느해 6월에 보라색 꽃이 피었다
너무 예뻐서 나비들은 길을 잃고
꽃을 본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꽃진 자리마다 갈라진 열매가 맺혔다
가을에 새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다가
장에 나가 팔았다
따내도 따내도 열매는 자꾸자꾸 달렸다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열매를 사갔다
나는 먹지 않았다
머지않아 세계가 갈라졌고
나는 균열의 그늘에 앉아서 세상의 균열을 마지막까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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