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산이 온통 초록이다
초록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색이 다르다
색이 다른 것들이 모여
숲이 되고 산이 되듯이
결이 다른 사람들이
가족으로 친구로 연인으로
함께 살아 간다
그래,
너와 나는 결이 다르다
다른이의 시간에 나의 시간으로 응답할 수 없듯이
나는 당신에게 무엇으로도 응답할 수 없다
우리는 결국 남이다
큰 형이 교통사고로 죽자
어머니는 홧병으로 죽었다
둘째 형은 자살을 하고
얼마 후 아버지는 암에 걸려 죽었다.
죽은 신들이, 살아있는 나를 내려다 보았고
나는 꿈에서 관을 짰다
누군가, 관을 짜는 꿈은 집을 사는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빚을 내서 다 같이 살 던 집을 샀다
점심을 먹다가 식사예절 타령을 하는 동료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에 왔다
일용직 처지에 대출 이자 내기도 빠듯하니 내일 또 그 인간의 얼굴을 봐야한다
셋째 형이랑 저녁을 먹었다
가족이란 게 오랜만이다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에서 일하는 형이 밥값을 냈다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다 잠들었다
삶이 물처럼 흘러간다
안쓰러워 하고 애쓰는 일들이 다 아무것도 아니다
고요
빛의 반대편은 어둠
오른쪽의 반대는 왼쪽
어둠의 왼편은 빛의 그림자
너는 빛이 없는 곳에서 온 존재
나는 너의 그림자
너를 사랑하는 건,
너와 나만이 있는 고요
너와 내 숨소리만 있는 고요
그 조차도 사라진 고요
그 고요 속에서
텅빈 반대편을 보면서
평행선의 한쪽을 걷는 일
애무(愛舞)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마음이 춤을 추는 시절이었다
그 춤이
네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
너는 먼지를 털듯
어깨 위의 춤을 가볍게 털어내고
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의 춤을 추었다
허명이어도 좋으니 명성을 얻고 싶다
나쁜 평판이어도 좋으니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다
허명과 나쁜 평판을 가지고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에 대해서
불온한 나에 대해서 잔뜩잔뜩 적어서
그것으로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고 싶다
이런 소박하면서 불손한 마음으로 쓴 문장을 불온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란 놈이나 너란 놈이나
다 씨발이다
씨발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밤이다
이새끼나 저새끼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씨발이다
씨발 소리가 잘도 나오는 날들이다)
하늘에 달리는 열매는 없다
물은 아래로만 흐른다
헌데
높은곳에 있는 사람은 낮은 곳을 보지 않고
낮은곳에 있는 사람은 높은 곳만 본다
끝까지 올라간 새도 결국은 지상에서 생을 마치고
하늘에 묻히는 사람은 없다
낮은데로만 낮은데로만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기고 싶다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