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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3 - 피로

그때그때 2015. 4. 23. 23:51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왕산 목계에 사는 형이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지만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이 형이 좋았다.

이 형이 강릉 산골짜기 왕산에서 몇 년 살면서 느낀 것은 시골에서는 내 땅,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하여 무리해서 빚을 내서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있다. 나도 시골에 오래 살진 않았지만 촌에서는 내땅과 내집이 중요하다는데 깊이 공감한다.

- 일우야 낚시 좋아하냐
- 아니오
- 여기가 내 낚시터야. 지금 집 짓는 곳 앞에도 고기 잘 잡힐만한 곳이 있어. 일 안하는 주말에 왕산 올라와서 고기 구워 먹고 저녁 때 고기 잡아서 다음날에 매운탕 끓여 먹자. 사는 게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 네. 좋아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눈 대화다. 형은 내 아내가 그런 즐거움을 좋아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볼음도에서도 느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맛있는 걸 먹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된다. 사실 이건 나이랑 상관없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다.

어차피 세상은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것에 괴로워하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면 괴로움이 커진다. 하지만 본인들 눈에 뒤틀린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바뀐다.

닭과 달걀의 패러독스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하나마나 한 것이란 것은 집에 테레비가 있는 강원도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직접적인 내 일이 아니니 대형 공사를 따내서 자기 주머니를 챙기는 놈이 있거나 말거나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왕산 사는 형도 좋아하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경써야할까?

낮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쉬다가 담배를 피우는데, 내가 반 바람이 반을 피웠다.

여지껏 쓴 것이 다 바람앞에 부질 없는 생각이다. 머릿속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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