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4/17 | 1 ARTICLE FOUND

  1. 2015.04.17 20150417 - 어쩌다 하나씩

다음 생에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한 여름 동네 사람들 쉬어가는 버드나무도 좋고
한 겨울 실연당한 어느 여인을 안아주는 자작나무도 좋다
잣나무가 되어서 잣을 떨궈도 좋고
소나무가 되어서 어느 집의 기둥이나 서까래가 되어도 좋다
젊은 농부의 희망이 될 과수원의 어린 사과나무도 좋고
고로쇠나무가 되어서 뼈가 약한 사람들에게 물을 퍼주어도 좋다
시집갈 딸을 위해 심은 오동나무도 좋고
누군가의 유골을 묻은 층층나무도 좋다
어느 작은 선술집 앞 벚나무가 되어 꽃피는 계절에 피로에 찌든 여주인의 얼굴에 웃음을 주면 참 좋겠다

다음 생에는
말없이 비바람을 견디고
가만히 모두를 보듬어주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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