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1/27 | 2 ARTICLE FOUND

  1. 2015.01.27 20150127 - 어쩌다 하나씩
  2. 2015.01.27 20150127 - 이런저런

금연


밥을 먹고 옥상에 올라왔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마지막 담배를 태우는 지금을 마음속 깊숙히 담아운다
들이킨 연기들이 마지막 인사를 폐속에 새긴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눈을 뜨고 밥을 먹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고
거나하게 취하고 그래서 토하고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해장술을 먹고
어느 선술집의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비를 피하고
키스를 하고
네 몸에 내 몸을 찔러 넣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배가 고프고 마음이 텅 비고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뜨기까지

너와 함께한 순간들은
나의 일상은
나의 인생은
이제 어디에 기록될까
어떻게 기억할까
기억조차 거부하는 삶을 살까

오늘 담배를 끊었다



- 열심히 하자는 결심으로 어쩌다 하나씩이라도 올려야겠다.
AND

 제목에 26일을 적었으니 십 분 안에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길어져서 제목을 27일로 바꿨다.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었다. 계속해보겠다는 이야기다.

<오늘 저녁에야말로 나나에게, 그렇게 결심했는데 뜻밖에도 출근길,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묻고 말았다. 아침저녁으로 안개만 고일 뿐 여전히 비 소식은 없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임박했다. 임박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습도가 하루하루 굉장해서, 낮이고 밤이고, 가만히 서 있을 때도 몸이 끈적끈적해졌다. 안개에 관해 말하자면, 온갖 냄새가 그 속에 있었다. 씻기지 못해 자질구레한 냄새를 더해가는 대기의 냄새가 안개에 배어 있었고 밤새 안개에 잠긴 거리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이날 아침 출근 길에도 그런 냄새가 남아 있었다. 아침인데 벌써 무더웠다.>

 

 여기를 읽다가 이날 아침, 오늘 아침, 아침 중에 이날 아침을 고른 작가의 마음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날이 없이 그냥 '아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이날 아침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마무리했다. 작가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별 이유도 없이 멍하니 한참을 생각했다.

 

 

 이사 - 벌판을 나와 벌판을 지나 벌판에 도착했다. 대관령을 넘기 전에 힐끔힐끔 내리던 눈이 고개를 넘자마자 비가 되어 뚜벅뚜벅 차창을 때렸다.

 이렇게 시작해서 좀 더 읽기 좋은 걸 써 보고 싶다.

 

 집 정리가 대충 끝났다. 3월부터는 일을 하게 됐는데, 2월에도 뭔가를 하고 싶다.

 지난 주말에는 예전에 농업교육 함께 받은 형들이랑 놀았다. 교육 받던 시절을 얘기하며 즐거웠다. 국제 시장과 토토가의 흥행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시절을 함께 추억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그 추억에 먹었던 것이 빠지지 않는다. 나이 먹고는 다들 어려서 먹었던 것을 찾는다. 역시나 추억팔이 장사를 해야할까? 

 

 우리집은 주인집 뒤에 따로 조립식으로 지은 세 채의 집 중에 가운데 집이다. 오늘 아침에 우리 왼쪽집에 홀로 사는 아저씨가 우리 오른쪽 집에 아내와 함께 사는 아저씨와 나를 초대해서 이웃들과 인사를 했다. 가난한 이웃이 가난한 나를 초대해서 아침부터 소주를 한 잔 마셨다. 가난이라는 말은 한자어인데, 집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고 어렵고도 어렵다는 간난(艱難)을 가난으로 읽는다. 가난 가난 가난 하고 읽기만 해도 울컥함이 밀려드는 예쁜 말이다. 이웃의 아저씨들은 아직 젊으니 뭐든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나는 '예'라고 했겠지. 

 오후에는 고모가 하는 수선집에 들렀다. 조카 내외가 강릉에 산다고 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고모가 좋다고 하시니 저도 좋아요. 고모는 많이 늙었다. 고모에게 많이 늙었다고 했더니 고모가 그럼 많이 늙었지라고 했다.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늙지도 않고 그대로시네요.같이 입에 발린 말보다는 솔직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고모가 좋다는 얘기다. 

 

 핸드폰으로만 글 올리다가 오랜만에 키보드 두드릴라니까 어색하네. ㅋ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