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좋다. 내 모든 것이 내 손안에 있지 않다.

엊그제 읽은, 유병언이도 썩었고 대한민국도 썩었다는 댓글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세월호와 밀양과 청도 삼평리와 쌀개방과 의료민영화 그리고 박근혜가 나를 힘들게 한다.

미래를 생각해본다.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고리 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 경남과 경북해안을 비롯해서 방사능 피폭 지역의 주민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이주한다.

현재 수도권에 텅빈 아파트 단지들이 이주민들로 채워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땅값이 다시 오른다.

이틈에 돈 있는 놈들은 집 팔고 땅 팔아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4대강을 포함해서 mb때의 악행들이 밝혀지지만 이명박은 이미 스위스에 있다. 사람들은 이 모든 상황들에 분노하지만 분노로 그친다.

그 사이에 나는 영농자금을 대출 받아서 강원도 골짜기에 땅을 사둔다. 나랑 지후는 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안전한 곳을 찾는 어느 부자에게 땅을 판다. 많은 시세차익을 남긴 우리 부부는 빚을 청산하고 세계 일주를 한다.

재미있게 놀고 돌아와서는 울주군에 가서 벼농사를 짓고 산다. 또는 재미있게 놀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정착한다.(하와이나 발리나 쿠바 -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구나)


정말 이렇게 될 것 같다.

-> 아내가 이 얘길 보더니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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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우리가 이 좆같은 세상에 밀알이 되자.고 했다가 지랄 똥 싸네.란 대답을 들았다. 밀알은 종교색이 느껴져서 싫고 자기는 밀알이 아니라 콩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에 나온다. 밀알이나 콩알이나 마찬가지다. 땅에 떨어져 썩어야(낮게 살아야) 열매를 맺는다.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해본다. 일단 물건을 줄이고 가난하게 살아야 밀알이든 콩일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굶어 죽진 말아야겠지. (요즘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애초에 내가 이 말을 꺼냈던 것은 농사를 짓고 이번 생을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에 최소한의 밀알이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후야. 우리가 이 거지같은 세상에 콩알이 되자. 기왕이면 토종 콩알이 되자.

줄리언 반스의 levels of life를 읽고 생각한건데, 20대 때의 나는 사랑에 30대인 지금은 삶의 유한성(죽음)에 천착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랑에 집착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지후 때문이다. 고맙다.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내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어느날 지후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닿아있던 모든 순간들이, - 내가 티셔츠를 뒤집어 까고 등을 갖다대면 지후가 등을 긁어준다. 컴퓨터 앞에 앉은 아내의 좁은 등에 커다란 내 발바닥을 갖다댄다. 화가 나서 마우스를 쾅쾅 내려치는 네 옆에서 나는 어쩔 줄 모른다. 잠든 그녀의 정수리에 손바닥을 갖다대고 나도 잠든다. - 그러니까 나의 모든 삶이 나를 잃은 것 같은 부재감으로 가득차지 않을까? (줄리언 반스는 그의 아내가 자기 심장의 생명이라고 했다.)

내년에 강릉으로 옮길까 한다.

내년에는 논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잔뜩 주워 먹는 산딸기도, 집 옆의 우물도, 마을 회관에서 매일 점심을 먹는 겨울도, 장구지 아이(새댁)란 호칭도, 길가에 지천인 인동초와 달맞이 꽃도, 한적골 가는 도중에 있는 원시림도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콩알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응? 지후야.


요즘 머릿속에 비 생각이 가득차 있어서 '비'가 '지후'를 밀어내려고 한다. 걱정이다. 그러니 비여 온몸을 열고 춤을 추며 오라. 너라도 내려야 이 쓰레기 같은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 질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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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좋게 읽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예감이란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거의 틀리지 않는 법이다.)


 올해는 이 책을 읽었다. 아내의 죽음 이후의 생각에 대해서 쓴 에세이다.



p. 120 ~ 

 그렇게, 분노로 인한 문제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사람에게 분노를 느낀다. 인생을 포기하면서 그들을 저버리고 배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비이성적인 생각이 또 있을까. 기꺼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자살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별의 아픔을 겪으며 신을 원망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비이성적인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우주를 원망하는데, 사별이 불가피하고 돌이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내가 느낀 감정은 딱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2008년 가을 내내 나는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무심한 마음으로 신문을 읽었고 티브이 스포츠 경기를 챙겨 보았다. '뉴스'라고 해봤자 어디까지나 버스를 꽉꽉 메운 예의 나태한 승객들, 자기밖에 모르는 그들의 유아론과 무지의 상태를 실어나르는 동력원을 더 확장하고 더 모욕적으로 강화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선가 나는 오바마의 당선에 죽자고 신경을 쏟았지만, 다른 세상사에는 일절 관심을 끄다시피 했다. 금융체제가 붕괴되어 불타오를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지만 나에겐 대수롭지 않았다. 돈이 아내를 살려낼 수 없었다면, 돈의 효용가치가 도대체 무엇이며, 또 닥친 화를 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가? 기후 문제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들 했지만, 내 관심사의 범위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나는 차를 운전해 병원에서 집까지 다녔는데, 철도교가 나타나기 직전의 어느 길목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나는 소리 내어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하고 했다. 

 "이건 그냥 우주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바로 '이것', 이토록 거대하고 강렬한 '이것'이 '모든 것'의 이유일 뿐이었다. 그 말엔 어떤 위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말은 가짜 위안에 저항하는 대안이었는도 모른다. 그러나 우주가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면 우주 자신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 터이니, 우주 따윈 될 대로 되라지.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이 부분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어떻게 살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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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 꿈 기록

그때그때 2014. 7. 16. 10:11

 네덜란드로 수학여행을 갔다. 잘 놀았다.(노는 장면은 꿈에 없었다.)

 일본을 경유해서 돌아오게 됐다. 친구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만 혼자 일본에 며칠 있었다. 잘 놀았다.(노는 장면은 꿈에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려고 공항에 왔는데, 여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꿈 속에서 생각했다. '수학여행을 올 때부터 여권이 없었는데, 뭔가 이상하군.'

 공항에 한국인 상담소 같은 곳이 있어서 여권이 없다고 했다. 그쪽 직원인 복사본이라도 있으면 된다고 했다. '한국에 전화를 해서 여권을 스캔해서 내 메일로 보내라고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5층 건물중 3층만 pc방이고 나머지는 전부 목욕탕인 건물의 pc방에 와 있었다. 사장 아줌마한테 스캔할 수 있냐고 했더니 안된다고. 모질게 대답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다섯 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벌써 네 시다. 이국땅에서 사람이 방랑하게 생겼으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 사장님이 오케이 했다. 그런데, 내가 스캔하겠다고 꺼낸 것은 운전면허증이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은 한국의 pc방이었다. - 얼마전 꿈에 같은 pc방에서 친구들과 밤새 게임을 하며 놀았다. -

 어, 이게 아닌데. 생각하다가 꿈에서 나왔다.

 

 꿈해석 - 세월호가 계속 마음속에 있다. 소방대에서 단체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가는데, 나는 가지 않는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 목욕이 하고 싶다.

 꿈해석 2 -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 땅과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꿈해석 3 - 목욕탕과 pc방이 함께 있는 5층 건물이 두 번째 꿈에 나왔다. 사장님도 같은 사람이다. 1, 2, 4, 5층 목욕탕은 건물안에서 옷을 벗고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고(전체가 다 남탕임) 3층만 pc방이다. 이 건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어 내려고 해도 모르겠다. 꿈에 한 번 더 나오면 그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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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1- 빚

그때그때 2014. 7. 9. 10:34

 요즘 산지 양파값이 싸도 너무 싸다는 뉴스를 자주 본다. 뉴스에 나온 어느 농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양파 농가의 실제 소득을 추산해 봤다.


 a농부는 6000평짜리 밭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다. 20kg짜리 양파 한 망에 만 원은 받아야 최소 생산비는 건질 수 있다고 한다. 인건비는 한 망에 3천원이다.


 양파 한 망에 만원을 받을 때, a농부의 소득 계산 - 양파는 1평에 25~30kg정도 나온다. 농사가 망해서 1평에 20kg만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6000(평) X 7000(원) = 4,200만원이다. 여기서 도지(땅 주인이 아니라면), 기곘대(기계가 없거나 기계 할부금이 남아 있다면), 비닐과 비료값을 제하면 아무리 적게 남아도 1,000만원은 남지 않을까?

 

 농촌에서 자녀를 키우지 않는 두 부부가 일 년에 1,000만원을 벌면 약간 빠듯하긴 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천 만원은 나의 연간 소득 목표와 같은 금액이다.


 그런데 a농부는 빚이 1억 5천이라고 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빚을 졌을까? 보증을 잘못서서? 양파값이 좋았을 때 남은 돈을 흥청망청 사용해서? 너무 비싼 농기계를 구입해서? 읍내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a농부가 빚을 진 이유는 잘 모르지만 농부가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물론 빚을 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세상이 자꾸 빚을 지도록 부추긴다.

 

 빚을 내서 산 주식과 아파트가 대박이 났다더라, 빚을 내서 시작한 자영업이 대박이 났다더라, 빚을 못 갚아도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더라, 요즘 세상에 빚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느냐, 자동차는 할부로 사는 거다, 대학등록금은 당연히 대출 받고 나중에 취직해서 갚는 것이다, 결혼 할 때는 다 대출 받아서 집 구하는 거다. 나중에 집값 오르고 나서 집 팔아서 돈 갚으면 되지 않느냐? 같이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이 온 사방에 퍼져있다. 이런 생각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국가 자체가 부채위에서 굴러가고 있다. 국가도 빚을 지고 국민도 빚을 진다. 2014년 2분기에 영업이익 7조원이 났다고 위기네 뭐네 하고 떠드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 그 돈을 나라빚 갚는데 좀 써 버시오.- 빚을 지지 않은 주체가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물론 대기업도 부채 위에서 굴러간다.)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올린다.(예전에도 한 번 올렸던 거 같은데...)


 

 무재 씨의 말이 맞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다 누군가에게 빚을 짐으로서 발생한다. 우리가 강정과 밀양에, 고리원전 반대 운동에, 세월호 사건에, 옆 나라에서 발생한 원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늘 동네 친구 하나가 대출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 사고로 다쳤다. 들것에 누운 그 친구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어머니를 걱정했고, 씨발씨발 하면서 울었다. 나는 그 친구 마음의 응어리를 풀지못한 그 무엇을 알 것 같았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은 빚지지 말고 살아야겠다. 

AND

 

 작년 8월에 이랬던 망고가

엄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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