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06 | 6 ARTICLE FOUND

  1. 2014.06.30 20140630 - 밀양, 망고
  2. 2014.06.28 20140628 - 꿈 기록 2
  3. 2014.06.25 20140627 - 상식, 경계
  4. 2014.06.16 고양이 망고 16
  5. 2014.06.11 20140615 - 이런저런
  6. 2014.06.03 20140603 - 모내기 중, 생각

 밀양에 농활 다녀왔다. 몇 사람이 모여서 밤 기차로 출발, 새벽에 도착해서 일 하고 점심 먹고 돌아왔다.

 전국 깻잎의 30%를 생산하는 곳, 면적이 서울보다 넓은데 10만명이 사는 곳,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 한나라 당이고 인구 많이 줄었고 부산이랑 가까워서 사람들 말씨가 부산 말씨인 곳(영화 밀양에서), 고압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곳이 밀양이다.

 들깨 심고, 작은 하우스 하나 철거하고 농성장에 물도랑 파는 일을 했다. 일찍 시작한 만큼 일찍 끝났다. - 깨가 잘 자라야할텐데. - 일 도와준 집에서 점심을 얻어 먹고 여럿이 함께 잎들깨를 포장했다. 들깨밭 주인 아주머니에게 항상 밀양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농성장에서 할매 두 분을 만났는데, 우리의 방문을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일도 별도 안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할매들이 고마워하니 많이 미안했다. 잘못한 게 없어도 미안할 수 있거나, 우리 모두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당연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이 현재 밀양의 상황이다. 울기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본에게만 필요하고 인간에게는 필요 없는 것,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들은 다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들깨 안 올라오면 다시 심으러 갈게요. 


 오늘 아침배가 결항됐다. 오훗배로 들어왔더니 엊그제 심은 콩은 고라니가 다 잘라 먹고 들깨는 많은 숫자가 말라 죽고 - 깨가 죽은 건 내 불찰이다. - 망고가 왼쪽 앞다리를 많이 다쳤다. 망고를 다시 집으로 들였다. - 망고야 집에서 새끼 낳자. - 다친 망고가 세 다리로 절룩거리며 이동하는 걸 보니 울화가 치밀고 속이 상했다.

 팽목항의 부모들, GOP 사건과 관계 있는 부모들이 생각났다.  


 기분이 안좋다.


 마음을 다잡고 내일부터 장마 시작 전까지 들깨를 심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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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8 - 꿈 기록

그때그때 2014. 6. 28. 18:54

 밀양에 간다고 아침배로 서울 아버지 집에 왔다. 느긋하게 앉아서 동생이 두고간 돈으로 피자를 시켜 먹으면서 류현진 경기를 보고 - 오랜만이야. - 동생 방에서 잤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다. 눈 앞이 새하얗다. 눈을 뜨려고 하는데, 눈이 떠지질 않았다. 몸이 원하는 만큼 잠을 다 못자서 그런가. 생각하고는 더 잤다. 그러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같은 증상이 이어졌다. 슬슬 두려워졌다. 먼저 일어났을 때는 엄마가 집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마루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방을 나와서 냉큼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나 눈이 안 떠지고 눈 앞이 하얗기만 한데, 어떻하지?" 엄마는 괜찮다고 했던 것 같다.

 

 악몽이네.

 

 꿈에서 깼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꿈이었던 꿈을 오랜만에 꿨다.

 

 꿈해석 - 요즘 무척 피곤하고 엄마가 보고 싶다.

 꿈해석 2 - 다정한 농부의 미래는 새하얗고 가족이든 뭐든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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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에서 볼음도에 농활을 왔다. 올해가 삼 년째인데, 재작년엔 내가 없었고 작년엔 내가 작업 일정을 관리했다. 작년에 35명이던 농활 인원이 올해는 67명으로 늘었다. 볼음도 총 주민은 230여명이다. 헌데 그것도 주소가 이곳인 사람들의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150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많은 숫자가 왔다. 오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올해 나는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은 농활 총 책임자가 됐다. - 작년에도 그랬다. -  1리 회관과 2리 회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 인원을 배정하고, 동네 분들과 상의 해서 갯벌에 나가는 일정을 정하고, 학생들과 상의해서 학생들의 계획표를 조정하고, 일도 함께 한다. 전화를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아내가 항상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라고 해서 명심 또 명심하고 지내고 있다.  

 작년에 1학년이었던 몇몇 학생들이 2학년이 되서 돌아왔다. 작년에 봤을 때는 막 중학교에 입학해서 헐렁한 교복을 입고 어리버리하게 두리번거리면서 등교하는 중학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이 친구들이 어른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1년 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로운 세계에서 1년간 쌓인 경험이 학생들에게 완숙함을 준다. 


 이렇게 시간과 삶이 쌓여서 어른이라는 이름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시간들 사이에 자신만의 상식과 자신만의 경계가 생긴다. 


 먼저 녹평 모임에서 누군가가 인간은 모두가 경계에 서있고 그 경계에 대한 경향성들 때문에 사람들과 친하게 모인다고 했다. 무척 감명 받았는데, 결국은 나 좋은 사람들만 만난다는 얘기다. 나는 이 경계를 상식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상식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과만 무리를 짓는다. - 그런데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내 상식 밖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내 상식이 보편성이 없어서일까? -


 이제 막 페미니즘을 접한 대학생들과 여자들 알기를 부엌에서도 일하고 밭에서도 일하는 존재로 평생에 걸쳐 알아온 양반들이 만나다보니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내가 이번에 생긴 트러블을 아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나도 상식이 굳어질만큼 굳어진 반병신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사건의 내용은 66세 아저씨가 23살 여대생에게 43살 형을 왜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삼촌이라고 부르냐고 한 것이다. -


 아저씨가 잘못한 것이 분명한데, 오늘 학생들과 동네사람들 몇 명이 모였던 자리에서 아저씨는 친근하다 보니 그렇게 말했다고만 했지 사과는 하지 않았다.  


 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고, 여전히 그이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 원래부터 알았다. -   


농활 짤 하나 올린다. - 고생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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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16

사진 2014. 6. 16. 11:01

망고는 임신중이다. 젖꼭지가 부풀었고 아랫배가 똥똥하다. 시도때도 없이 먹는데, 나나 지후가 옆에 앉아 있어야 더 잘 먹는다. 지후가 화단에 캣글라스를 심었는데, 뜯어 먹고는 기분이 좋은지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순산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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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옆에 우물이 있다. 안멀, 샛멀, 당아래 같이 큰 단위로 동네를 부르는 이름도 있지만 장잘, 서고지, 솔제처럼 동네 구석구석을 부르는 이름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 우물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우리집을 장구지(정구지)라고 한다. 덕분에 나는 장구지 동자, 장구지 아이, 장구지 신랑 등으로도 불린다.

 이 우물에 대해서 전해들은 얘기가 많다. 아들을 못 낳던 사람이 아들을 낳았다. 병에 걸렸던 사람이 병을 고쳤다. 여름에 발 담그고 술을 먹다가 몸에 마비가 왔다. 날이 아무리 가물어도 이 우물만은 마르지 않았다.같은 얘기들이다. 실제로 여름이면 물이 무척 차서 작년에 등목하겠다고 물 한바가지 등에 부었다가 심장이 멈추는 게 이런거구나.했다. 우물 청소를 위해서 가끔 바다 사람들이 입는 몸장화를 신고 우물에 들어가서 물을 퍼낸다. 퍼내도 퍼내도 물이 잘 줄지 않아서 물 한 번 퍼내면 몸에 진이 빠진다. 이 우물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마르지 않는 기적의 우물' 되시겠다.  

 

 그런데, 요즘 이 우물에 물이 차는 속도가 두드러지게 줄었다. 

 

 동네에 지열보일러 사업 때문에 지하 150미터까지 땅을 파는 집들이 많은데, 그 영향 때문이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심야전기 보일러는 전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정부에서 보조해 줄때, 지열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지열 보일러도 전기가 없으면 돌릴 수 없다. 지열보일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일의 연결에 대해서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들이 누군가에겐 좋지 않고 한가지 일에 여러가지 결과들이 생긴다.

 

 밀양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니 세상일이야 별 상관 없다고 자위하면서 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 따위나 생각하면서 밀양에 한 번 가보지도 못했다. 

 

 아이폰을 썼던 사람은 아이폰만 쓰는것처럼 한 번 익숙해진 일을 버리거나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대형마트, TV, 냉장고, 자가용 없이 못 사는 세상이다. 나만해도 스마트폰 쓰지 말라고 하면 전화 안 쓰고 말 것 같다. 대기업이나 정치인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핸드폰처럼 작은것이 아니라 어떤 커다란 권리와 이익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길래 할매들을,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가느냐. 이 개 쓰레기 잡것들아. 청와대를 고리원전 옆으로 이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원전은 비밀스런 곳이니 - 살면서 원전에서 일한다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나봤다. - 비밀을 좋아하는 국정원도 그리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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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부터 모내기 중이다. 모내기는 벼농사에서 가장 큰 행사다. 지난 주에 해가 쨍쨍하던 어느날 완이형이 JS형에게 물었다. '형, 안 더워요. 낮에는 좀 쉬었다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JS형이 답했다. '야, 1년 중에 이때만 일하는데, 햇볕도 좀 쪼이고 그래야지.' 나는 모내기 management를 하고 있다. 고작 30년 조금 넘게 산 나만해도 스스로 컨트롤이 안되는데, 60년 가까이 본인들의 삶을 살아온 네 사람이 포함된 이 팀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랑 오늘은 비가 왔다. 비가 와도 어지간하면 벼를 심는다. 어제는 우리 논 두 자리에 모를 냈다. 붙어 있는 두 자리 중에 윗논에 물이 잘 빠져서 물이 잘 안빠지는 아랫논에서 윗논으로 물을 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가 와서 귀찮은 일을 덜었다. 오늘 논에 들러보니 모들이 물에 잠겨서 찰랑거렸다. 헤헤.

 

 지난주에 도반소농에서 오신분이 '어일우씨는 말투에 감정이 없는 것이 참 특이한 것 같아요. 집에서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해요?'하고 물었다. 지후에게 물었더니 밖에서 일할 때, 내 말투가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그런가보다. 나쁘지 않다. 아마도 남에게 내가 먼저 어떤 감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서 오는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중에 장인어른에게 내 음력 생일을 묻는 전화가 왔다. 무미건조하고 경직된 말투로 대답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말하길 딱딱한 말투가 아니었다고 한다. 장인어른과의 심적 거리는 아직도 멀다.

 

 오늘 아침에 내 몸에서 아버지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뭐랄까 퀴퀴한 냄새인데, 아버지에게서만 맡아본 냄새였다. 어렸을 때, 싫어했던 냄새였는데, 이제 내 몸에서 그 냄새가 난다. 인간이란 냄새로도 대를 잇는다.

 

 6월이다. 엊그제만 해도 봄이었던 산이 여름산이 됐다. 나도 산이나 나무처럼 봄에는 봄이 되고 여름에는 여름이 됐으면 한다. 인간 세상에 살면서 사람보다 나무랑 산이 더 좋으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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