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04 | 2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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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04.13 20140413 - 생각 2

20140416 - 안개

그때그때 2014. 4. 16. 22:00
즉석 카레를 캐는 꿈을 꿨다. 약초를 캐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삼 분 카레 은박지가 나왔다. 포장은 뜯기지 않은채였다. 길몽이었을까?

조개 잡으러 가다가 부엉이를 봤다. 메추리 같은 새가 바다로 나가는 경운기 쪽을 향해 날아오다가 바다에 박아 놓은 장 위에 앉았는데, 새끼 부엉이였다. 소쩍새나 올빼미였는지도 모른다. 길조였을까?

조개 잡다가 여객선 침몰 소식을 들었다.

저녁 무렵에 동네 할머니 실종 소식을 들었다.

해가 지가 전에 물이 다 들어온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았다. 안개 때문일까? 파도의 포말 빛깔이 검은색이었다. 방금 또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았다. 안개는 사흘 째 섬을 가둬두고 있다.

실종된 아이들과 우리 동네 할머니는 안개가 자욱한 바닷물 속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아이들 실종 소식을 듣고도 조개를 잡았고, 조개 잡다 실종된 할머니를 찾다가 돌아와서도 조갯국을 먹었다. 조개도 싫고 바다도 싫고 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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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3 - 생각

그때그때 2014. 4. 13. 23:06

 농번기다. 볍씨 소독하고 물에 담갔다. 동네 트랙터들이 일제히 논을 갈기 시작했다. 기러기들은 몇 마리만 남아서 이곳에서의 마지막 똥을 아무데나 싸지르고 다닌다. 동물들은 이 세상 전부가 화장실이다. 벼농사 시즌에 맞춰서 백로들이 찾아왔다. 저수지에 왜가리랑 오리가 보인다. 길가랑 산이 알록달록 꽃 천지다. 봄이다.

 

 지난주에는 어울림 학교 수업을 했고, 도장리 쌀롱에 다녀왔고, - 황구 형, 너무 좋았어요. - 내 또래의 목사님을 한 명 알게됐다. 그리고 조개를 잡았다. 농사만큼 마음 편한 일이 백합 조개를 캐는 일이다. 갯벌에 나가서 4~5시간 그레를 끌면 12kg 이상 잡는다. 음악을 틀어 놓고 논에서 김매는 것과 비슷한 무아지경의 상태로 온 힘을 다해서 그레를 끌고 끌고 또 끌면서 뒤로 나아간다. 큰 것은 팔고 작은 것은 먹는다. 백합 조개는 판매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바로 현금이 된다. 어쩌면(갯벌에 조개가 바닥나지 않는다면) 농사보다 마음 편한 일인 것 같다. 농사도 갯벌의 조개도 하늘에 달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사람이란 이런일을 해야 마음이 편한 법이다.

 

  오늘 낮에 우리 고양이 망고가 현관 밖을 나섰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를 만났다. 망고가 만난 친구는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살면서 활동반경이 우리집 주변인 삼색고양이다. 삼색고양이는 낯선 녀석의 영역 침입에 몹시 으르렁거렸다. 아기때 우리집에 와서 집 안에서만 살았던 망고는 녀석의 꼬리가 왜 짧은지, 녀석이 어떤 거친 풍파를 헤치고 결국 우리집 주위에 자리잡게 됐는지 모른다. 아무튼 두 녀석이 대치했다. 삼색고양이는 동물적인 살기를 띈 눈빛을 하고 망고를 바라보며 으으렁대는데, 우리 망고는 태풍을 만난 가녀린 나무처럼 우에엥하고 울었다. 계속 울었다. 결국, 지후가 망고를 다시 집 안으로 들였다.

 고양이는 눈 앞의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기 때문에 평생을 작은 원룸에서만 살아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한다. 우리집 마루에 작은 창이 하나 있는데, 날이 풀려서 그 창을 열었더니 망고가 그 창 위에서 놀기를 즐겼다. 망고 화장실과 밥그릇을 마루 바깥 현관으로 옮기고 문을 계속 열어뒀더니 망고는 그 안의 높은 곳에서 햇볕을 쪼이며 앉아 있기를 즐겼다. 겨울이 와서 창을 닫고 문을 닫아도 망고는 안방과 마루와 부엌에서 놀기를 즐길 것이다. 세상 편하게 산다.

 

 나는 농사 짓고 조개 잡으며 가난하게 사는 것을 즐긴다. 지난주에 쌀롱에 들르고 누군가를 알게 된 것처럼 가끔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그냥 이게 좋은 것이다. 대의명분은 없다. 자립적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부터가 자립적이지 않다.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살아가는 것이 다 누군가의 어떤 희생과 노력과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다 연결이다. 지금의 내 마음이 갠지스 강에서 흰 빨래를 하는 어떤 노인과 연결돼 있지 않다. 라고 어느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양반들도 tv에 나오는 순간 자연인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다들 이렇게 저렇게 본인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사람은 그냥 자기 양심껏 살기만 하면 되는걸까? 아, 나는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 그런데 그랬다가는 허삼관이나 아Q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좋다면 그걸로 좋은걸까?

 

 편하게 살자. 편하게. 

 

 

 짤방은 햇볕을 쪼이며 쉬고 있는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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