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애인과 방파제 위를 걷고 있었다. 파도의 포말이 주는 포만감에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불렀다. 고래 한 마리가 불뚝 튀어올라 내 오른팔을 뜯어 먹었다. 고래는 배가 고팠다고 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구멍난 어깨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믐달이 바다를 비추고 피를 먹은 바다는 분홍빛으로 물들었다배고픔을 몰라서일까. 팔이 떨어져나간 자리가 아프질 않았다. 왼팔로만 애인을 안고 피가 멎을 때까지, 해가 떠오를 때까지 입을 맞췄다. 나는 이제 왼손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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