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부장도 새벽 네 시에 잠이 깨서 옆에 누운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때가 있을까?

힌과 상하차 알바를 하고 있다. 강릉 사천면에 한과 마을이 있다. 강릉 한과가 유명하기 때문에 한과 가게(공장)들 마다 명절을 앞두고 택배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강릉우체국 소포영업팀에서 알바를 한다. 1톤 탑차를 타고 한과 공장들을 돌면서 물건을 싣고 내리고 5톤 탑차에 싣기를 반복한다. 12일 중에 8일 지났다.

조부장은 나를 데리고 다니는 우체국 직원이다. 조부장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그의 짝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조부장, 하고 부르는 걸 보니 소포영업팀 내에서는 꽤 높은 사람인듯 하다. 45세, 동안이고 아이 안 가지려고 했는데 그 놈의 술 때문에 아이가 둘이고, 술 안주로는 돼지고기(찌개)가 좋다고 하는 사람이다. 운전은 거칠지만 한과 사장들이 짜증나게 해도 화를 잘 안낸다. 우체국에서는 10년 넘게 일했고 그 전에는 여기저기서 살았다고 했다.(했던가?)

조부장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할 때 나랑 합이 잘 맞는다.

그냥 이 새벽에 조부장 생각이 났다.

가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생각한다. 무엇도 결정하지 않은 삶을 사나,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손 쉬운 대답이 되지만 그것은 사실일 뿐 현실은 아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로도 이어지지만 나에게로 가는 길을 찾기가 어렵고도 어렵다.

어제부터 치과 치료를 시작했다. 표면적인 부분부터라도 새사람이 되자.

조부장의 어금니 하나를 치료한 의사가 그 이는 가망이 없으니 쓰는데까지 쓰고 폐기하자고 했다고 한다. 폐기라는 단어를 쓴 의사를 욕하자는게 아니라 가망이 없는 이를 달고 택배 배달을 쭉 하다가 어느날 너무 아파서 그 이를 없애게 될 조부장의 삶을 생각한다. 그런것이 삶이 아닐까?

암튼 알바는 4일 남았다. 40여 만원 벌어서 이 치료비로 다 쓰게 생겼다. 그런것이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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