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까지 우체국 택배 알바를 한다. 한과를 차에 싣고 내리는 단순 업무다. 이틀 나갔다. 알바를 하면서 갓 스무살이 된 친구들을 본다.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어딘가 어설프다. 처음엔 다 그런거다. 며칠만 지나면 능숙해지겠지. 나는 처음부터 능숙하다. 경험의 차이다. 다만 나는 어제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그 애들은 안 그럴텐데.

인간이란 종의 능력치에 대해서 말하려고 알바 얘기를 꺼냈다. 머리엔 눈, 코, 입이 붙어 있고 몸뚱아리엔 두 팔과 다리가 붙어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육체적 능력치에 큰 차이가 없다. 리오넬 메시도 공을 차고 나도 공을 찬다. 드리블을 하고 슛을 한다. 내가 좀 많이 어설프고 쉽게 지칠 뿐이다. fc바르셀로나가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축구팀에게 50대 0으로 이길 수는 없다.(20점은 가능할 것 같음.)

그러니 살아서 뭔가를 하고 있다면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너무 애쓸 것 없다.

삼촌 내외와 고모랑 고모부가 집에 다녀가셨다. 집들이다. 아내가 밀푀유나베를 만들었다. 맛있었다. 어른들은 좁은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셨고 싸고 깨끗하다고 만족하셨다.

당장 알바도 하고 있고 삼월엔 어디 나간다고 하니 삼촌이 덜 걱정하시는 듯 하다. 다행이다. 고모랑 고모부는 걱정보다는 조카 내외가 강릉에 이사 왔다는 자체를 좋아하셨다. (애기 때, 옥수수 먹던 사진 보러 갈게요.) 그것도 다행이다.

어제는 친구랑 술을 먹으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세상에는 사람도 많고 말도 많다. 대리비를 아끼려고 외박을 했다. 지후한테 혼났다. 미안, 앞으론 정말 안 그럴게요. 해장으로 아내랑 잿빛의 떡국을 먹었는데, 서로에게 무심한듯 무심하지 않은 중년 부부의 느낌이 났다. 저녁 먹고는 동네 산책을 했다. 우리 동네는 골목길도 예쁘고 오래된 예쁜 집이 많다.

여러가지로 다행이고 기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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