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 일이 돈이 되는지 아닌지가 마지막 결론이고 남에게는 돈이 되는 일에 대해서 잘도 말하는데, 자신은 돈이 안되는 일만 하거나 스스로 만족할만큼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면 괴롭다. 괴로우니 자꾸 말만 늘어난다. 괴로우니 괴롭다. 이래선 안된다.

올해는 어딘가에 다니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농사를 지을거다. 강화에서는 돈이 안되는 농사를 지었으니 강릉에서는 죽기살기로 돈 되는 농사를 지을거다. 그게 내 직업이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연간 소득목표는 천만원이다. 내 땅이 없어도 내 집이 없어도 농사 지어서 천만원을 벌면 지금처럼 그리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 물론 더 벌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일이다.

그릇의 크기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일년에 천 만원이 소득 목표인 사람에게 사 천만원을 버는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되고 돈도 못 번다고 해서야 그 말이 씨알이나 먹히겠는가,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남의 말에 민감한 때도 있는 내 아내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 내가 무척 화를 낼지도 모른다.

들기름이 꽤 많았는데 여기저기 한 병씩 돌리고 나니 딱 우리 둘이 일년 동안 먹을만큼만 남았다. 기분이 좋다. 누군가와 무엇을 나누는 건 이렇게 좋은 일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애쓸 것이다.

강릉 오고 보름이 지났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다. 결론은 여전하다. 놀 때는 같이 놀고 사이좋게 지내더라도 일은 같이 하지 말자. 나는 혼자 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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