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8 - 이사

그때그때 2015. 1. 18. 17:27
지난 목요일에 이사했다. 오후 네 시가 넘어서 강릉에 도착했다. 짐이 별로 없고 1층에서 1층으로 가는 것이라 이사 아저씨들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이사였다. 두고 올까 하다가 가져온 장농이 작은 방에 쏙 들어가줘서 기분이 좋았다. 이것저것 구입하고 정리하고 정리하고 정리해서 대충 짐정리가 끝났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인간은 짐(burden)과 함께 살아간다.

도배랑 장판을 새로한 집이다. 싱크대랑 세면대도 새거다. 전기 공사도 추가로 했다. 우리가 살기에 딱 적합하다. 다만, 문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출입문이 안 잠긴다. - 해결할 수 있을까? - 화장실 문이 안 닫힌다. - 이건 해결 가능하다. - 새로 설치한 전기 콘센트가 먹통이다. - 안 쓰면 그만이다. - 세면대에 물을 받아 쓸 수 없다. - 안 쓰면 그만인데, 날림 공사다. 물 마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걸 안 달아놨다. - 샤워기가 새건데 물줄기가 시원찮다. - 이것도 날림 공사다. 내가 새걸로 달았는데도 상태가 그대로일 수도 있으니 당분간은 그냥 두기로 한다.

우리집은 강릉시 홍제동이고 강릉 초등학교 옆이다. 주택가라 조용하다. 아내의 친구 편의점이 집 근처에 있다. 시내 중심가까지 걸어서 15분 거리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도서관도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한살림 매장이랑 큰 슈퍼가 가까이에 있고 홈플러스 때문에 쇄락한 서부시장도 가까이에 있다.

적어 놓고 보니 출입문이 안 잠기는 것만 빼면 좋은 곳이네.

집 1km 안쪽에 중국집이 20개다. 그 중에 두 곳에서 짜장이랑 탕수육을 먹었는데, 다 별로였다. 이순신에게 12척의 배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아직 18곳의 중국집이 남아있다.

진정한 광랜을 쓰게 됐다. 근데 생각보다 기쁘질 않네. 내 또래로 보이는 kt 설치기사가 자기가 3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는데 살기 안 좋다고 했다. 이 양반의 인생엔 좋은 일보다 안 좋은일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어제는 중앙시장에 뜰깨 들고 가서 기름을 짰다. 작년에 깨 농사가 잘 됐다. - 재작년에 너무 안 됐거나. - 기름 적게 나와도 좋으니 반만 볶고 짜 달라고 했는데, 기름이 많이 나와서 방앗간 주인 아저씨가 당황했다. 8킬로 중에 1킬로가 남았다. 깻모를 부으면 좋겠지만 올해는 포기한다. 텅빈 냉장고를 5퍼센트 정도 채웠다. 김치가 없어서 들기름과 달걀로 간장 볶음밥을 해 먹었다. 따봉으로 맛있었다.

볼음도 집이 참 좋았다. 2년 후엔 다시 시골집에 살거다. 그 집에선 지금 이 집이 참 좋았다고 하겠지. 사람들은 항상 지나간 것만 좋아한다. 추억팔이 장사를 할까보다.

강화에서 그랬듯이 강릉에 도착했으니 직업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퇴근후엔 그대와 원두커피든 뭐든 마시자. - 씨 없는 수박 '유정천리' 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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