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만에 다시 이삿배에 몸을 실었다.

볼음도에서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질 않네. 그저 덤덤하다.

이 배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기왕이면 미래로 데려다다오.

엊그제 회관에서 할머니들이링 밥 먹었다. 오늘은 이사 나가는 날이라고 할머니들이 국수 끓여주셨다. 니미럴 정들여 놓고 나가는 놈이 나쁜 사람이여.란 얘기를 들었다. 할머니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젊은 사람들 농사 짓는다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kk할매는 정들면 이별이고 인생 살이가 그런거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지후도 눈물을 보였다.

망고는 결국 못 데려갔다. 고양이 가방에 가뒀던 놈을 잠깐 풀어줬더니 나무에 올라갔다. 그걸 본 아내가 마음이 약해졌다. 망고야 네 덕분에 지난 여름부터 쭉 즐거웠단다. 자유와 밥 중에 자유를 택했으니 자유롭게 살아라.

엊그제 저녁에는 동네 형들이랑 통닭을 먹었다. 폐만 끼치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없어도 그렇게 표가 나진 않을거예요. 벼농사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볼음도 시절이 이렇게 간다.

어떤 기간들에 대해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혼자 강릉에 내려가서 살 때 정주하는 삶을 갈구했었는데, 거처를 자주 옮기다보니 그 마음이 흐릿해졌다. 떠돌이 한평생도 좋지만 네이밍만 나중에 어딘가에 써 먹고 강릉에선 정착을 하자.

지후야, 나만 믿어라. 나도 너만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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