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농사 첫 해부터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운이 좋아 농사 첫 해에 논을 4200평이나 얻었다. 작년에 논 세 자리 중에 1800평짜리 한 자리 농사를 망쳤다. 물달개비가 논을 뒤덮었다. 콤바인을 운전한 이장님께서 그래도 나머지 두 자리에서는 평년만큼 나왔다고 했다. 

 정확하게 조사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발행하는 농산물 소득 자료에 의하면 벼농사는 평당 2500원이 남는다. 근데 그게 자기 땅에 자기 기계로 농사 짓는 경우다. 남의 땅에 남의 기계로 농사 지으면 평당 1000원이 남는다.

 작년에는 벼를 전량 수매하지 않고 3분의 1 정도는 직접 팔았다. 택배비 포함해서 4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주셨다. 덕분에 평당 1000원 정도는 남았다. 작년도 유기농 쌀 수매가격은 80킬로 한 가마에 235000원이다. 10킬로에 30000만원 정도다. 이게 한살림에 가면 38000원에 팔린다.(40000원으로 올랐을까?)

 인천의 학교 급식에 타지 쌀을 쓰도록 하면서 농협에서는 팔기 어려운 유기농 벼를 아주 소량만 수매한다. 그나마 그것도 가지고 있다가 몇 억씩 손해를 보고 판다. 그 손해를 이자놀이 한 돈으로 메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볼음 2리 친환경 작목반에서 나오는 쌀은 농협이 아니라 강화의 다른 곳에 수매한다. 그런데 이 곳은 수매 대금이 없다. 수매 대금이 없다보니 쌀값 지급이 늦어지고 수매 대금이 없다보니 창고에 쌓여있는 벼를 담보로 농협에 대출을 받는다. 농민들은 해가 지나서 쌀값을 받고 그러다 보니 농협에서 빚을 내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정말 거지같은 악순환이다.

 

 올해는 작년에 잘 안됐던 논 한 자리를 줄이고 2400평만 농사 지었다. 물이 적었지만 다행이 수확은 작년만큼은 된다. 그리고 올해는 이사 문제 때문에 수매 대금이 없는 줄 알면서도 내 벼를 작년의 그곳에 수매했다. 

 얼마전에 동네 소방대 회의 때문에 동네 벼농사 짓는 분들이 다 한자리에 모였다.(소방대=벼농사농부=교인=청년회, 볼음도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다.

 

 - 농협에서 친환경 벼는 수매량을 정해서 받아준다. - 즉, 나머지는 알아서 팔아야 한다. - 이래서 친환경 농사 짓겠나? 친환경 안 지으면 쌀시장 개방 때문에 나중에는 쌀 팔기 더 어려워질수도 있다. 정부에다 얘기해서 민통선 지역 쌀 전량 수매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거 지정하자면 어려운 점이 많다. 올해 풍년인데, 농협에서 다 사주는 것이 아니니 풍년이라고 좋은 것도 아니다. 강화군친환경 농민회 쪽을 통해서 한살림에 나가는 쌀값도 쌀을 팔아보고 내년 3월에 준다더라. 이래서야 농협에다가 파는 것만 못하다. 유기쌀도 한살림에 나가는 가격과 다른 생협에 나가는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기농사 짓는 사람들끼리도 가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 무농약인 논들을 내년에는 다 유기농으로 바꾸면 어떨까? 내년부터는 인증받을 때, 잔류농약 검사 비용을 농민들이 내야한다. 이래서 친환경 하겠나. 기술센터에서 하는 잔류농약 검사로는 친환경 인증을 못 받는다더라. -

 

 나라에서 농업을 버리니 농민들은 삶도 마음도 점점 팍팍해져 간다.

 나만해도 어떻게든 나라도 살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고 여기저기 논이 싼 도지에 나올 때, 그 논을 임대해서 GMO 아닌 벼로 유기 벼농사를 짓고(GMO문제도 언제가 한 번 써야겠다.) 직거래로 판다.

 결국 올해 꼴랑 2400평 농사 지은 쌀값을 언제 받을지 모르게 됐다.

 뭔가 많이 잘못됐다.

 

 낙관(樂觀)과 적당히 대충을 헷갈리면 안된다.

 비관(悲觀)과 철저한 준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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