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 포비

그때그때 2014. 10. 30. 19:59

j형한테 전화가 왔다. "야, 개 끌고와라."

포비를 데리러 집 뒷언덕으로 올라갔다. 같이 놀자고 팔짝팔짝 뛰는 놈을 일단 집 앞으로 데려왔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지후가 포비를 안고 울었다. 포비는 놀러 가는 줄 알고 신이나서 아내 눈물을 핥았다.

20여분 정도를 걸었다. 포비는 언제나처럼 앞장 서서 나를 끌고갔다. 포비는 산책할 때 늘 그랬던 것처럼 길가 여기저기에 똥오줌을 쌌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기분이 좋았을까? 포비는 혀를 내밀고 "학학" 웃으면서 뛰었다. 걷는동안 마주친 동네분들이 어디 가냐고 물었다. 개를 데리고 이사갈 수는 없다는 얘기도 하셨다.

j형은 매듭을 만들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가 너무 커서 무서웠을까. j형이 나보고 매듭을 목에 걸라고 했다. 매듭을 목에 걸어줬다. 농협 건물 뒤쪽 언덕으로 가서 나무에 포비를 맸다. 나무에 매달리기 직전까지도 포비는 자신의 운명을 몰랐다. 편안하게 갔다.

시골개로 태어나서 시골개로 갔다. 어려서는 자유로웠지만 동네 닭들을 죽인 후에는 늘 묶여지냈다. 주인을 닮아서 야채를 제외하곤 뭐든 많이 먹었고 사는 동안 고라니도 한 마리 잡았다. '앉아.' 밖에 못 알아들었지만 우리가 주인인 것을 알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짖어도 우리에게는 짖지 앉았다. 어려서는 정말 귀여워서, 외딴섬에 이사온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작년에 볍씨 넣을 때 우리에게 달려오던 놈의 모습이 머릿속에 계속 리플레이 된다. 개를 처음 키워보는 주인을 만나서 여러가지로 불편했을지도 모르지만 대체로는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개 포비랑 안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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