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8 - 신해철

그때그때 2014. 10. 28. 00:46
가을걷이가 끝났고 주말엔 동생이 결혼을 했다. 일이 있어 시흥시에 다녀왔고 피로에 지쳐서 늦게까지 잤다. 자고 일어나니 겨울이 왔다. 마당 앞에 찬 바람이 날아다니고 벼벤 뜰이 황량하다. 고양이들은 춥다고 내 옷자락에 붙어서 울었다. 이웃집에서 점심으로 만두랑 오뎅을 실컷 얻어 먹고 와서는 또 잤다. 야구를 보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손을 땄다. 아내 손도 땄다. 내 손끝에는 검은 피가 주렁주렁 맺혔다. 속이 편해졌다. 잠시후에 신해철이 죽었다. 아내가 엉엉 울었다. 노래방에만 가면 인형의 기사를 부르던 친구가 생각났다. 나는 고딩때 노래방에만 가면 넥스트의 머니를 불렀었다. 신해철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 하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내는 계속 울었다. '마지막 인사를 할 수가 없어. 그대는 비를 맞은 슬픈 천사처럼 떠나갔네.'를 들었다. 친구에게선 답장이 오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데 하늘에 별이 많았다. 이제부턴 겨울이야.라는 듯 바람이 차가웠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먼저 보낸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달지도 시지도 않은 귤을 먹는 것 같은 밍밍한 슬픔일까.

세상에 나왔다가 가는 일이, 삶이란 것이 이렇게 일상속에 있다. 일상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이렇게 허무하고 허망한 것이다.

낮에 너무 많이 자서 오늘밤은 잠들기 어려울 거 같다.

잘 살다가 가셨습니다. 기억할게요.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