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은 어디로 가야하나?

쌀은 정부에서 손을 놨다. - 미친놈들 - 한중 fta로 그 동안 농업쪽에서 돈이 되는 분야로 알려진 시설 채소(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쪽도 이제 끝물이라고 봐야한다. - 지금 농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돈 벌어 보겠다고 (시설)하우스에 투자하는 건 한 번 망해보겠다는 얘기다. - 정부에서 지금 건드리기 어려운 쪽이 한우다. 대농인 노인네들이 많은 벼농사와 달리 한우쪽은 현재 지역의 실세인 젊은 농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 젊고 돈이 있는 사람들(아버지가 지역의 대농인 양반들)이 소를 키우는 이유는 일손이 적게 들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 젖소 키우는 양반들에갠 미안한 얘기지만 젖소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한다. - 우유가 남아 돈다는데도 우윳값이 일본보다 비싸다. 과잉 생산도 문제지만 결국 유통과 정부 관리의 문제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이 곧 망하게 될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

농업을 사업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런 현실에 맞춰서 가장 돈이 되는 쪽을 좇으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하지?

오늘 페친 중애 한 분이 생협 물건도 믿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기저기서 많이 까이셨다. 자본만을 추구하는 몇몇 생협에 이미 생산자는 없다. 생협이란 것 자체가 이미 거대한 시스템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어떤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시스템 안에 있는 생산자는 인증만 잘 받으면 된다. 내 농산물의 가격만 잘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 밖에 살면서 시스템 안의 삶을 누리자니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가 결국은 돈이다. 기계를 쓰지 않고 비닐도 안 씌우고 약도 안 치고 농사 지을 수 있는 면적은 한정적이고 그 생산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란 것은 이건희 같은 사람이 아주 비싸게 구입해 주지 않는한 맥시멈 월 50만원일 것이다. 월 50만원 벌어서 아이와 함께 셋이서 살 수 있을까? 시스템 밖에선 가능하다. 그 시스템 바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 땅과 내 집(겨울에 나무로 난방을 하는)이 필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부모님이나 어느 독지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땅과 집을 갖출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농사는 뒷전으로 미루고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된다. - 인터넷, 핸드폰 요금과 겨울의 난방비를 벌기 위함이다. - 일단 뒷전이 된 농사는 계속 뒷전으로 밀린다.

젊은이가 자본금 없이 농사 지으러 내려왔다가 다른 일로 돈을 버는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생활은 아파트 사려고 몇 억씩 대출 받는 도시 봉급 생활자의 악순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지?

농업쪽으로도 아이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 밝히진 않겠다. - 다른 일을 하면 그 일에 매몰된다. 얼른 돈을 벌어서 땅을 조금 구해야할까?

나랑 내 아내를 믿는 사람들이 생협 물건을 믿는 것보다 우리를 믿고 - 아는 사람 믿는 것이 쉬운법이다. 배신은 없다. - 내 농산물을 내가 적어낸 가격으로 사주면 좋겠다. 신토불이와 지산지소를 넘어서 '아는 사람 것을 사 먹는다.' 는 운동이 나 같은 애들을 살린다. 이 운동이 택배 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함정이다.

그래도 같이 좀 삽시다.

며칠 후에 캘 고구마 사달란 얘길 길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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