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음도 생활 - 뻘그물(건강망)


저마다의 호시절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하며 갯벌에 나간다
대통령이 누구였건 시절이 어땠건
젊은 몸뚱이를 마음껏 부리던 그때가 호시절이다

밤새 망둥이 배를 땄던 일
가오리를 잡다가 쏘였던 일
한 경운기 다 싣고도 넘칠만큼 밴댕이를 잡았던 일
담배를 안 챙겨 나와서
갈매기가 그물에 든 고기 다 뜯어 먹거나 말거나
바다 가운데서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나갔던 일
경운기가 뻘에 빠져서 맨몸으로 혼자 걸어 돌아온 일
경운기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바닷물이 들어와서 죽을 뻔 했던 일
어느해에 복어를 먹었다가 같이 먹은 사람 중에 자기만 살아난 일

가장 슬픈 일은
조개잡던 어머니가 바다에서 돌아가신 일

비바람이 불고 안개가 바다를 사로 잡아도
무엇에 사로 잡힌 듯 하루에 두 번씩 바다에 나간다

오늘은 어떤 게 잡혔을까?
귀한 생선은 식구들이랑 먹어야지
암만 흉어라도 반찬거리는 잡겠지
누구네보다는 많이 잡았으면 좋겠는데

저마다의 호시절은 지났어도
저마다의 생각으로
하루에 두 번,
물 때를 맞춰 바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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