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오늘은 우리엄마 미쓰김 되는 날
부모님과 함께 법원에 간다

법원 문을 나서며
아버지가 밥을 먹자고 한다

마침 장날이다
사람들이 택배처럼 장터로 쏟아진다

방금 이혼한 두 사람과 그 아들이
시장 구석의 순댓국집에 앉는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부부가 자주 먹었다는
말캉한 고깃덩어리와 뜨거운 국물을

한때 내장까지 쏟아낼 것처럼 사랑했을 두 사람과
서른을 훌쩍 넘긴 그들의 큰 아이가

30년 전의 그때처럼 셋이서 먹는다
후후 불어가며 먹는다

아버지는 ‘특(特)’으로 먹는다
나와 내 어미에게는 여전히 그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엄마랑 나는 보통으로 먹는다
하지만 나는 보통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

각자의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우리는 각자의 세계로 흩어진다

무거운 하늘 위로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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