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난 겸손하지
높은 놈과 악수를 할 때처럼 두 손으로 밥을 먹지
한 손으로 거들먹거리며 밥 먹는 놈들과는 다르지

난 겸손하지
내 손으로 밥을 차려 먹지
거만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누군가를 부르는 녀석들과는 다르지

난 겸손하지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지
미용실에서 고개를 뒤로 빳빳하게 세우고 남에게 자기 머리를 내 맡기는 종자들과는 다르지

난 아주아주 겸손하지
고무신을 신고 누더기를 걸쳤어도
누구에게도 굽신거리지 않지

난 누구보다도 겸손하지
대통령을 김 씨, 이 씨, 박 씨라고 부르고
그들은 날 모르지

그래서
난 겸손하지만 때론 우울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너희들은 모르는 겸손을, 나는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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