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사탕을 입에 물었다. 관우가 술 식기 전에 적장을 벴듯이, 단맛이 입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 써야지.

 

 아침에 치과에 나가는 아내를 선창까지 바래다줬다.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피로가 몰려와서 한 시까지 잤다. 뒤죽박죽인 악몽을 꿨다. 꿈의 마지막에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말만 기억에 남는다. "더 강하게 부연하고 있다." 정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꿈이다.

 

 담배를 물고 화장실에 앉아서 생각했다. 똥은 몸에서 나오지만 연기는 몸 안으로 들이 마신다. - 비흡연자들은 흡연자가 내뱉는 연기가 싫은 것이겠지만 흡연자 입장에서 담배는 내뱉는 보다는 들이마시는 쾌감이 강하다. - 그래서 다들 똥을 싸면서 담배를 피우는 거겠지. 그래도 터미널 화장실 같은데서는 그러지 말아줬으면 한다.

 

 페이스 북에서 '쪽팔리지 않게 살자.'는 글을 읽었다. 물론 내 삶은 쪽팔리진 않는다. 본인에게 쪽팔린 삶이란 거의 없는 법이다. 물론 내 삶은 남에게도 쪽팔리진 않는다. 어쨋든 쪽팔리지 않게 살아야겠다.

 

 한적골에 갔더니 아랫논은 거진 이삭이 다 팼다. 헌데 윗논은 이삭 팬 비율이 5퍼센트 정도다. 물이 문제다. 내일은 무조건 동네 형에게 부탁을 해서 그 형네 지하수를 써서 물을 대야한다. 아직까지 문제 없었던 한 해 농사를 막판에 망칠 순 없지. 결국 나란 인간은 막바지에 몰려서야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스타일이다. 물 대고 나서는 2학기 수업준비도 하고, 녹평도 읽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자.

 

 철저하게 자본주의 스타일로 돈을 버는 농업을 해볼까.와 지금처럼 소소하게 벌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까.를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물론 중간도 있다. 어정쩡한 건 싫은데.

 

 나는 지금 경계에 서있다.

 

 하늘과 물의 경계, 빛과 어둠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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