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1- 빚

그때그때 2014. 7. 9. 10:34

 요즘 산지 양파값이 싸도 너무 싸다는 뉴스를 자주 본다. 뉴스에 나온 어느 농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양파 농가의 실제 소득을 추산해 봤다.


 a농부는 6000평짜리 밭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다. 20kg짜리 양파 한 망에 만 원은 받아야 최소 생산비는 건질 수 있다고 한다. 인건비는 한 망에 3천원이다.


 양파 한 망에 만원을 받을 때, a농부의 소득 계산 - 양파는 1평에 25~30kg정도 나온다. 농사가 망해서 1평에 20kg만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6000(평) X 7000(원) = 4,200만원이다. 여기서 도지(땅 주인이 아니라면), 기곘대(기계가 없거나 기계 할부금이 남아 있다면), 비닐과 비료값을 제하면 아무리 적게 남아도 1,000만원은 남지 않을까?

 

 농촌에서 자녀를 키우지 않는 두 부부가 일 년에 1,000만원을 벌면 약간 빠듯하긴 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천 만원은 나의 연간 소득 목표와 같은 금액이다.


 그런데 a농부는 빚이 1억 5천이라고 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빚을 졌을까? 보증을 잘못서서? 양파값이 좋았을 때 남은 돈을 흥청망청 사용해서? 너무 비싼 농기계를 구입해서? 읍내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a농부가 빚을 진 이유는 잘 모르지만 농부가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물론 빚을 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세상이 자꾸 빚을 지도록 부추긴다.

 

 빚을 내서 산 주식과 아파트가 대박이 났다더라, 빚을 내서 시작한 자영업이 대박이 났다더라, 빚을 못 갚아도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더라, 요즘 세상에 빚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느냐, 자동차는 할부로 사는 거다, 대학등록금은 당연히 대출 받고 나중에 취직해서 갚는 것이다, 결혼 할 때는 다 대출 받아서 집 구하는 거다. 나중에 집값 오르고 나서 집 팔아서 돈 갚으면 되지 않느냐? 같이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이 온 사방에 퍼져있다. 이런 생각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국가 자체가 부채위에서 굴러가고 있다. 국가도 빚을 지고 국민도 빚을 진다. 2014년 2분기에 영업이익 7조원이 났다고 위기네 뭐네 하고 떠드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 그 돈을 나라빚 갚는데 좀 써 버시오.- 빚을 지지 않은 주체가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물론 대기업도 부채 위에서 굴러간다.)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올린다.(예전에도 한 번 올렸던 거 같은데...)


 

 무재 씨의 말이 맞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다 누군가에게 빚을 짐으로서 발생한다. 우리가 강정과 밀양에, 고리원전 반대 운동에, 세월호 사건에, 옆 나라에서 발생한 원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늘 동네 친구 하나가 대출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는 오토바이 사고로 다쳤다. 들것에 누운 그 친구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어머니를 걱정했고, 씨발씨발 하면서 울었다. 나는 그 친구 마음의 응어리를 풀지못한 그 무엇을 알 것 같았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은 빚지지 말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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