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에서 볼음도에 농활을 왔다. 올해가 삼 년째인데, 재작년엔 내가 없었고 작년엔 내가 작업 일정을 관리했다. 작년에 35명이던 농활 인원이 올해는 67명으로 늘었다. 볼음도 총 주민은 230여명이다. 헌데 그것도 주소가 이곳인 사람들의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150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많은 숫자가 왔다. 오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올해 나는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은 농활 총 책임자가 됐다. - 작년에도 그랬다. -  1리 회관과 2리 회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 인원을 배정하고, 동네 분들과 상의 해서 갯벌에 나가는 일정을 정하고, 학생들과 상의해서 학생들의 계획표를 조정하고, 일도 함께 한다. 전화를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아내가 항상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라고 해서 명심 또 명심하고 지내고 있다.  

 작년에 1학년이었던 몇몇 학생들이 2학년이 되서 돌아왔다. 작년에 봤을 때는 막 중학교에 입학해서 헐렁한 교복을 입고 어리버리하게 두리번거리면서 등교하는 중학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이 친구들이 어른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1년 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로운 세계에서 1년간 쌓인 경험이 학생들에게 완숙함을 준다. 


 이렇게 시간과 삶이 쌓여서 어른이라는 이름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시간들 사이에 자신만의 상식과 자신만의 경계가 생긴다. 


 먼저 녹평 모임에서 누군가가 인간은 모두가 경계에 서있고 그 경계에 대한 경향성들 때문에 사람들과 친하게 모인다고 했다. 무척 감명 받았는데, 결국은 나 좋은 사람들만 만난다는 얘기다. 나는 이 경계를 상식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상식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과만 무리를 짓는다. - 그런데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내 상식 밖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내 상식이 보편성이 없어서일까? -


 이제 막 페미니즘을 접한 대학생들과 여자들 알기를 부엌에서도 일하고 밭에서도 일하는 존재로 평생에 걸쳐 알아온 양반들이 만나다보니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내가 이번에 생긴 트러블을 아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나도 상식이 굳어질만큼 굳어진 반병신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사건의 내용은 66세 아저씨가 23살 여대생에게 43살 형을 왜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삼촌이라고 부르냐고 한 것이다. -


 아저씨가 잘못한 것이 분명한데, 오늘 학생들과 동네사람들 몇 명이 모였던 자리에서 아저씨는 친근하다 보니 그렇게 말했다고만 했지 사과는 하지 않았다.  


 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고, 여전히 그이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 원래부터 알았다. -   


농활 짤 하나 올린다. - 고생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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