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에 우물이 있다. 안멀, 샛멀, 당아래 같이 큰 단위로 동네를 부르는 이름도 있지만 장잘, 서고지, 솔제처럼 동네 구석구석을 부르는 이름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 우물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우리집을 장구지(정구지)라고 한다. 덕분에 나는 장구지 동자, 장구지 아이, 장구지 신랑 등으로도 불린다.

 이 우물에 대해서 전해들은 얘기가 많다. 아들을 못 낳던 사람이 아들을 낳았다. 병에 걸렸던 사람이 병을 고쳤다. 여름에 발 담그고 술을 먹다가 몸에 마비가 왔다. 날이 아무리 가물어도 이 우물만은 마르지 않았다.같은 얘기들이다. 실제로 여름이면 물이 무척 차서 작년에 등목하겠다고 물 한바가지 등에 부었다가 심장이 멈추는 게 이런거구나.했다. 우물 청소를 위해서 가끔 바다 사람들이 입는 몸장화를 신고 우물에 들어가서 물을 퍼낸다. 퍼내도 퍼내도 물이 잘 줄지 않아서 물 한 번 퍼내면 몸에 진이 빠진다. 이 우물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마르지 않는 기적의 우물' 되시겠다.  

 

 그런데, 요즘 이 우물에 물이 차는 속도가 두드러지게 줄었다. 

 

 동네에 지열보일러 사업 때문에 지하 150미터까지 땅을 파는 집들이 많은데, 그 영향 때문이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심야전기 보일러는 전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정부에서 보조해 줄때, 지열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지열 보일러도 전기가 없으면 돌릴 수 없다. 지열보일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일의 연결에 대해서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들이 누군가에겐 좋지 않고 한가지 일에 여러가지 결과들이 생긴다.

 

 밀양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사니 세상일이야 별 상관 없다고 자위하면서 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 따위나 생각하면서 밀양에 한 번 가보지도 못했다. 

 

 아이폰을 썼던 사람은 아이폰만 쓰는것처럼 한 번 익숙해진 일을 버리거나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대형마트, TV, 냉장고, 자가용 없이 못 사는 세상이다. 나만해도 스마트폰 쓰지 말라고 하면 전화 안 쓰고 말 것 같다. 대기업이나 정치인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핸드폰처럼 작은것이 아니라 어떤 커다란 권리와 이익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길래 할매들을,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가느냐. 이 개 쓰레기 잡것들아. 청와대를 고리원전 옆으로 이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원전은 비밀스런 곳이니 - 살면서 원전에서 일한다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나봤다. - 비밀을 좋아하는 국정원도 그리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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