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9 - 생각

그때그때 2014. 3. 29. 00:29
최근에 양치질 하는 방법을 바꿨다. 예전이 '치카치카'였다면 지금은 '북북'이다. 북북 이를 닦으면서 발을 더운물에 담가둔다. 세수하기 전에 발을 먼저 씻는다. 발 씻은 물에 세수를 하기도 한다 그동안 얼굴과 손을 발보다 먼저 씻은 것에 대한 반발이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왼손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냥 생활 패턴을 바꾼 것 뿐이다. 이런일들은 삶에 작은 재미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인간은 의미 없이 살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다. 덕분에 나도 힘들어했다. 문제를 간략히 요약하면 아내는 외롭고 나는 외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 작년에 쓴 메모들을 찾아보니 내가 외로워서 아내를 안고 울었던 날이 있었다. -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으니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나는 애꿎은 주변환경 탓을 많이 했다. 부끄럽고 조금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생활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아내랑 함께 어울림 학교 미디어 수업을 하기로 했다. 엊그제는 강화 녹색평론 모임에도 다녀왔다. 좋은분들을 만났다. 생활에 변화를 준 것은 아내가 답답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이 이대로 굳어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결국은 돌고돌아 해답이 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

엄기호의 단속 사회를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은 경청을 통해 함께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서천석은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고 혼탁할 때 일수록 삶 속에 소소한 재미들을 찾아가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지? 이번에 읽은 녹평에는는 개개인을 파편화 하는 것이 현재 자본주의 지배층이 특권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 단속 사회에도 이런 맥락의 챕터가 있다. -

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에 회의적이다. 그래 본 적도 없고, 인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편이다. 동네분들과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채 살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거나 드린다. 작목반 형, 아저씨들과는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마신다. 집에서는 기타를 치고 게임을 하고 야구를 보고 책을 읽는다. 최소 생활비만 벌 수 있다면 참으로 무탈할 수 있는 삶이다. 나는 만족했지만 아내는 그러질 못했고 그런 아내를 보면서 나만 즐겁다고 다 끝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악몽을 연이어 꾸기도 하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뭔가가 나와 우리를 위한 것들 뿐인듯하다. 나는 이미 파편화된 개인에서 벗어날 수 없게 길들여진 것일까? 밀양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근데 그 뿐이다. 이것은 방관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산 속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도피다.

생활이라는 굴레 안에 있더라도 달라지고 싶다. 결국은 마음가짐이다. 다음주에 만날 아이들에게도 항상 만나던 사람들에게도 내 위주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고 진중하게 나를 열어 보이고 -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아무렇게나 나를 열어 보이는 편이다. - 그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좀 더 진실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아무래도 아내에게 많이 배워야겠지.

봄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것도 봄이 왔으니 어떻게 어떻게 해야겠다고 하는 것도 어떤 마음 가짐으로 그러느냐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뭐든, 그런가보다 할 것은 그런가보다. 하고 아닌것은 아니라고 해야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 공부를 하나? 이렇게 돌고 도는구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