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후 할머니 화장터다. 할머니가 화장중이라는 모니터의 설명을 보면서 그 후손들이 소고기 국밥을 먹는다. 열세 개의 화장터에서 열세 구의 시체가 타고 유족들은 서울역 대합실 같은 장소에서 고인의 뼈를 기다린다. 몇 번 화장이 끝났습니다.란 기계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죽음은 이렇게 시장의 물건처럼 흔한데, 오늘 이곳에서 본 어느 여고생의 영정사진과 그 친구들은 내 마음을 울린다. - 나는 삐뚤개 안경을 쓴 채 웃고있는 소녀의 부모를 생각했다. - 죽음은 이렇듯 귀하기도 하다.

큰이모 돌아가셨던 때가 생각난다. 벌써 오년도 지난 일이다. 큰이모는 많은 조카들 중에 유독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또 많은 동생들 중에 우리 엄마를 가장 좋아했다. 자식 중에도 더 예쁜 녀석이 있고 엄마랑 아빠중에 더 좋아하는 쪽이 분명히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말로 케미가 좋았달까? 그랬던 큰이모였는데도 이모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게 미안하다. 큰이모 발인날의 하늘은 적도의 바다처럼 푸르렀다. 큰 이모의 인생이 암흑처럼 어두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의 큰이모가 그날의 하늘처럼 기분좋은 곳에 계시길 바라본다.

이런 자연스런 의미부여 속에 제사라는 풍습도 생긴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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